[취재 뒷얘기]그들 중 수사 대상은 과연 얼마나 될까?

창원지방검찰청 신임 이훈규 검사장이 지난 8일 취임하고 기자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인사 발령은 지난 3일 있었는데 대검찰청 형사부장으로 있다가 전보로 나왔습니다. 지검장은 대검 형사부장과 동급이니까 승진은 아닙니다.

하지만 크든작든 한 기관의 장으로서 지휘관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분 좋은 인사임은 틀림이 없을 것입니다.

취임식에 이어진 기자 간담회에 참석하려고 8일 오전 11시께 창원 사파동 창원지검 청사 4층 검사장 부속실에 잠시 들렀습니다.

상자에 축전들이 수북하게 담겨 있다. 지역의 고관대작 아니면 내로라하는 민간인사들이 보냈을 것이다.
이리저리 이야기를 나누며 자료를 주고받고 있는데 한쪽 탁자 위에 편지가 가득 든 종이 상자가 눈에 띄었습니다.

무엇일까 싶어 가까이 다가가 봤더니 이번 검사장 취임에 맞춰 쏟아져 들어온 축전들이었습니다.

한 번 집어보니까 위에 있는 것들만 10통 남짓 돼 보였습니다. 밑에까지 치면 아마 100통은 쉽게 넘지 않을까 짐작이 됐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마 평생 가도 이만큼 많은 축전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옛날에는 자식 새끼 대학교 합격하면 어쩌다 축전을 받곤 했지만 요즘이야 어디 전혀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틀림없이 이것들의 대부분은 지역의 고관대작들이 또는 내로라하는 민간 인사들이 앞다퉈 보낸 축전일 것입니다.

이른바 이름 없고 평범한 장삼이사들은 축전을 보낼 까닭이 없습니다. 그들은 대부분 검찰이나 검사장이랑은 무관하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신임 검사장은 이번에 취임 첫마디에서 ‘토착비리와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저 축전을 보낸 이들 가운데 검찰 수사선에 오를 사람이 있을지 없을지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우리 사회가 맑고 깨끗하기만 하다면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