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는 나오지 않는 뉴스]'간사'없이 운영되는 경남경찰청 기자실

<i도민닷컴>은 신문에 나오지 않는 취재현장의 뒷이야기나 에피소드를 주주와 독자, 그리고 네티즌 여러분에 대한 보고 형식으로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그 첫번째로 검찰과 법원, 그리고 경남지방경찰청을 담당하고 있는 시민사회부 김훤주 기자가 최근 경찰청 기자실의 바뀐 분위기를 들려 드립니다. 

경남지방경찰청 기자실이 당분간 ‘간사’ 없이 되는 실험기간을 거치게 됐습니다. 창원시청 브리핑룸에 이어 두 번째로 알려져 있습니다.

경남경찰청 출입 기자 10명 남짓은 지난 7일 오전 기자실에서 모임을 갖고 여러 의견을 주고받은 끝에 ‘당분간 간사 없이 기자실을 운영하되 일정 기간 지난 뒤 다시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모임에는 주로 (서울이 아닌) 지역 보도 매체 기자들이 많이 참석했으며, 통신 매체 기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3월말에도 간사 선출 문제를 놓고 출입 기자들이 논란을 벌였으며 두지 말자는 쪽과 새로 뽑아야 한다는 견해가 서로 맞섰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었습니다.

경찰청 기자들 간사 문제는 아마 3월초 여태껏 간사 노릇을 하던 한 기자가 인사 이동으로 다른 데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생겨났습니다.

‘간사’란 특정 출입처 기자들끼리 이른바 친목을 도모하거나 권익을 옹호 강화하기 위해 기자단을 만들 때 이를 대표하며 출입처와 논의하는 창구 노릇을 하는 사람을 이릅니다.

이밖에도 여러 달린 기능이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간사’ 자리가 때로는 촌지나 향응이 오가는 통로가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게 받아왔습니다.

기자실 간사, 과연 필요한가 논란

이날 논의의 핵심은 과연 현재 시점에서 간사가 필요한지 여부였습니다. 실제로 어떤지 저는 잘 모르지만 대부분 기자들은 촌지 같은 문제는 (거의) 없거나 사라졌다면서 촌지가 들어오지도 않거니와 촌지 때문에 간사를 둘 수는 없음을 전제로 깔았습니다.

남는 문제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친목 도모고 나머지는 경찰청과 창구 단일화였습니다.

중견 기자들은 간사 폐지에 찬성하고, 입문한지 얼마 안되는 기자들이 반대를 했습니다. 물론 하나 남김없이 모두 그렇지는 않고 대체적인 경향이 그랬다는 말씀입니다.

간사 폐지에 찬성하는 이들은 친목 도모도 특별하게 직책이나 제도를 두어 할 필요는 없고 굳이 하려면 다른 방식으로 하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또 창구 단일화는 경찰 입장에서 필요한지는 모르겠으나 기자 입장에서는 전혀 필요없다고들 했습니다.

왜냐하면 경찰 입장에서는 엠바고(보도 유예)를 요청한다든지 할 때 간사에게만 말하면 그만이고 그뒤로는 간사가 여러 기자들과 만나 (아니면 회의를 열어) 엠바고 요청을 받아들일지 말지를 결정해 알려줘야 합니다.

또 경찰청에서 점심이나 저녁 자리를 만들어도 간사가 있으면 경찰청 공보관은 간사에게 일러만 주면 되고, 간사는 출입 기자들에게 공지를 하고 참여를 나름대로 독려하는 역할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간사가 없으면 경찰청 공보담당 부서가 좀더 피곤하고 바빠질 뿐 출입 기자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기자실 간사가 없어지자 경남경찰청 공보실이 바빠지게 됐다.
이와 함께 취재 과정에서도 간사는 이제 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취재는 어차피 기자들이 제각각 알아서들 하는 영역이고, 그러다가 경찰이든 출입기자든 필요하다면 브리핑이든 기자회견이든 하거나 요청하면 된다는 얘기였습니다.

반면 간사를 그대로 두자는 얘기는 기자들 친목 도모와 출입기자 권익 향상에 주로 근거를 두었습니다. 기자실에 아무것도 없는데 그나마 간사마저 없어지면 출입기자들끼리 밥이라도 한 번 먹을 자리가 마련되지 않을 것이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자리를 옮겨가더라도 따뜻한 인사도 건네기 어렵다는 얘기였습니다.

한 가지는 상대방이 취재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에 소극적일 때 기자들의 단결로 교섭력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쨌거나 이런저런 논의를 주고받은 끝에 간사를 당분간 두지 않기로, 그리고 두세 달이 됐든 대여섯 달이 됐든 어느 정도 간사 없이 기자실을 운영해 본 뒤 다시 얘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니 정작 공보실이 바빠졌습니다. 사실 지난 한 달 남짓 동안 간사를 뽑아달라고 사정사정 매달리다시피 한 이가 바로 공보관이었습니다. 기자실에 들어오면서 하는 첫 마디가 바로 “오늘은 간사님 좀 뽑아주십시오”였습니다.

전에도 공보실에서 나름대로 기자들한테 연락을 하곤 했지만 앞으로 모든 연락은 공보실 몫이 됐습니다. 경찰 홍보성 행사 일정은 물론이고 경찰청 인사들과 밥 먹는 자리도 일일이 연락을 해야 하게 생겼습니다.

간사 폐지 이후 나타난 풍경

그래서인지 이튿날 여태 볼 수 없던 종이쪽 하나가 기자실 출입문에 붙었습니다. 이번에 중국동포 위장 결혼 사건으로 40명 이상 검거하는 ‘쾌거’를 올린 외사계 계장이 저녁 자리를 마련한다는 알림입니다.

(지난 1일 사건을 알고 기자들이 취재에 들어갔고 이에 외사계에서 부랴부랴 엠바고를 요청했습니다. 엠바고는 취재 이전에 ‘이런 일이 있다’ 하고 먼저 내 놓아야 정상인데 취재 착수 이후에는 기자들이 엠바고 요청을 잘 받지 않는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도가 되면 위장 결혼으로 입국한 중국동포들이 실제로 같이 사는 것처럼 한 번 더 위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받아줬고 6일 경찰의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

   
전에는 참석할 기자들을 간사를 통해 공보실이 주로 파악했지만 이제는 몸소 나서서 파악하지 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튿날이 됐어도 한 사람만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이처럼 성과가 부진한 탓인지 그날로 바로 떼어버렸습니다.

그랬다가 11일 기자실에 나와 보니 같은 종이쪽이 다시 붙어 있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 사람만 의사 표시가 돼 있었습니다. 이것말고는 다른 마땅한 방법을 찾지 못해 그러나 보다 하고 생각하며 저녁 무렵 나왔습니다.

그런데 12일 다시 기자실에 나와 보니 바로 그 종이쪽이 떨어지고 없었습니다. 대신 공보실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한 명이 일일이 기자들에게 ‘내일 저녁 자리에 참석할 있는지’를 일일이 묻고 있었습니다.

경찰청 기자실은 출입기자들한테 다달이 2만원을 운영비로 받고 있습니다. 출입 기자로 등록된 이는 모두 20명입니다. 그러니까 40만원이 한 달 운영비가 되는 셈입니다. 저는 이런 기자실을 처음 봤습니다. 대부분 기자실은 크든 작든 해당 기관에서 돈을 대어 운영을 해주는 경우가 거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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