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5의거 바둑대회’되돌아보는 양완규 전북바둑협회장

/박일호 기자

바둑인생 60년. “나의 꿈은 정치인들이 조장한 영·호남 갈등을 바둑으로 푸는 것입니다.” 양완규 전라북도바둑협회장의 말이다.

39년생으로 올해 67세인 그의 모습에서 나이를 읽기란 쉽지 않다. 두뇌스포츠인 바둑이 그의 육신까지 활동성을 높인 것일까? 지난 3일 마산대우백화점 18층 특별행사장에서 열린 ‘제1회 3·15의거배 전국고교 동문 바둑대회’에서 최고령자로 참가 하기도 한 그의 바둑 인생 여정은 깊고도 진하다.

7살 때 집안 친척어르신에게 배운 바둑. 그 이후로 바둑을 좋아하시고 즐겨두시던 아버님을 어깨 너머로 보며 익힌 것이 60년이 지나도록 삶의 주축이 되리라 생각이나 했을까?

7살에 배워, 국가대표도 4번 경험

이런 집안 내력 때문인지 아들도 아마 5단이다. 아버님은 아마 3단으로 아마 6단인 자신을 보고 “큰 도둑이 됐다”고 말씀하시곤 한단다.

젊은 시절에는 국가대표도 4번이나 한 경력이 있다. 60~70년 때 치러졌던 ‘한·중·일 동양 3국 바둑대회’와 ‘한·일 아마 최강전’에 각 2번씩 국가대표로 참가한 것이 그것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그는 “그때만 해도 바둑이 지금보다 활성화 돼 있었고 바둑 인구도 많아 대회 인지도도 높았다” 고 기억한다. 일말의 아쉬움과 한창 때의 패기를 떠올리는 듯하다.

30년 만에 바둑대회에 나온 것이라는 그. 프로가 되지 않을 바에야 바둑활동을 하며 바둑발전에 주력함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으로 그동안 대회참가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 대회에 참가하게 된 특별한 동기를 물으니 “대학교 3학년 때 4·19를 겪었는데 민주성지라 불리는 마산에서 자유당 시절 3·15부정선거에 항거해 동생뻘인 고교생들이 거리로 나와 민주화를 외친 것을 기리는 의미 있는 행사라 참여한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젊은 시절 바둑대회에서 만나 바둑활동을 하며 알게 된 대회 집행부 인사들과의 친분도 참가의 이유”라고 한다. 그는 “이런 뜻 깊은 행사에 호남대표로 참가하기 위해왔다”며 기분좋아하며 “동서화합차원에서 성적보다는 참가자체에 의미를 두고 온 것이며, 바둑 좋아하는 사람은 이런 좋은 행사가 마련만 된다면 언제든 간다”고 호탕하게 말한다.

바둑뿐 아니라 사회를 논하는 시선도 연륜을 넘는 무언가가 있는 듯하다. 여쭤보니 전북의 언론에 정치칼럼을 쓴 경험이 있다고 한다. 바둑과 연관지어 현 세태를 평한 것이었다고 한다. <전북도민일보>의 바둑담당 칼럼을 쓰며 해설위원으로 활동했었고, 충북의 <중부매일신문>에도 글을 기고했었다 한다.

평생 바둑만 두며 걸어온 바둑으로 점철된 외길인생인 그는 “나는 꿈이 하나 있어요”라고 말한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영·호남의 지역갈등을 바둑으로 승화시키고 싶다는 것”이다. “바둑을 통한 동서화합을 이뤄 놓고 은퇴하고 싶은 것”이 그의 심정이다.

30년 만의 대회 참가, “뜻 깊은 행사니까”

구체적인 실행도 구상해 놨다. 그가 젊은 시절 국제대회에서 겪은 경험을 살려 전국단위의 바둑 선수권대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올해 안으로 시행할 이 바둑 사업의 장소로 그는 ‘청학동 지리산 자락’을 꼽았다. 이전의 군의 격전지이자 갈등을 겪고 있는 경상도와 전라도가 접한 장소라는 의미에서 고민의 여지없이 선점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 청학동에서 바둑대회를 열어 이를 동서화합의 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힌다. 단순한 바둑대회가 아닌 시대의 아픔까지 생각하는 자리를 마련해 그 의미를 새긴다는 다짐을 한다.

지리산서 동서화합 전국대회 여는 게 꿈

실무 준비도 진행중이다. ‘전북바둑협회’ 뿐 아니라 ‘전국아마바둑유단자연맹’도 결성해 회장직을 맡고 있다. 전국 단위의 이 사단법인체를 통해 많은 바둑 인구를 모아 자신의 뜻을 같이 이룰 것이라는 계획이다.

그는 “오늘 같이 대회에서 만난 젊은 바둑인들도 올해가 가기 전 청학동에서 다시 반가이 만나 내 꿈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그가 의미 부여한 ‘청학동’이란 장소와 정치색을 띤 그의 바둑 사업이 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그의 꿈이 시대상을 반영했기 때문이라 해석해도 될까? ‘3·15 의거배 전국고교동문 바둑대회’에서 만난 지역갈등을 없애고 싶어 하던 바둑할아버지였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