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사 감리·감독권 있어 로비 가능성 커

재건축조합이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은 재건축공사의 계약관계에서 시행사와 시공사의 관계가 ‘갑’과 ‘을’이기 때문이다.

시행사인 조합은 시공사를 선정하고 시공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감리·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다.

공개입찰 선정 불구 유착 등 한계 드러나

물론 2003년 7월 시공사 선정은 공개입찰로 한다는 것을 주요골자로 해 기존에 재건축결의 및 조합인가 단계에서 벌어지는 조합과 시공사간의 유착을 근절하기 위해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시행됐지만 여전히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도시 및 환경정비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조합이 시공사에게 시공사 선정을 미리 약속하고 시공사로부터 운영비를 먼저 받아 유용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권에 개입되지 않는 조합원이 이의를 제기해 조합집행부는 물론 시공사가 여러 차례 바뀌기도 했다.

이처럼 관련법이 개정돼 공개입찰로 시공사가 선정돼도 이후 재건축 현장의 감리·감독을 조합집행부가 대표권을 행사하는 것은 남게 됐다.

이 때문에 시공사와 조합 집행부가 결탁할 경우 이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더할 나위 없는 궁합(?)이 된다.

실제로 11일 발표된 서울 마포구 성산동의 대림아파트 재건축사업 비리가 대표적인 예다. 경찰에 따르면 시공사인 ㄷ사 측은 폭력배를 동원해 자신에게 비협조적인 조합장을 협조적인 다른 인물로 교체한 뒤 조합원 총회를 통해 설계변경안을 통과시켜 통상이익의 두배가 넘는 수백억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 아파트는 설계변경을 거치면서 가구가 120개 가까이 줄었는 데도 사업비는 오히려 750억원에서 910억원으로 160억원 늘어나 결국 조합원들은 85억원 가량의 추가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와 함께 조합과 시공업체가 결탁하지 않더라도 하청·납품업체 선정과정에서 조합이 특정업체를 선정하도록 요구할 경우 시공사는 조합의 의사를 무시할 수가 없다.

반송1단지 비리 사슬 끊어 그나마 다행

앞서 말했듯이 법적으로는 시공사가 하청업체를 선정하도록 돼 있지만 감리·감독권이 조합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재건축아파트 건축의 표본적인 모델로 그나마 공정하게 하는 대한주택공사가 맡은 반송1단지가 좋은 예이다. 법령에는 주공이 재건축조합과 공동시행자가 되며 감리·감독권을 조합이 아닌 주공측이 갖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새시업자는 조합을 통한 로비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브로커를 통해 조합장과 접촉을 시도했고 억대의 뇌물을 건넨 것이다.

업계에서는 반송1단지 재건축 시행사가 주택공사가 아닌 민간업체였을 경우 이번 로비가 성공(?)할 가능성이 높았으며 재건축사업도 불투명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창원시 관계자는 “민간업체가 반송1단지를 맡아 모든 것을 추진했을 경우는 재건축이 제대로 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나마 주공이 전권을 갖고 마무리단계까지 무난하게 진행해온 것은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정훈·오상진 기자

jean@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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