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정신없이 내달려온 2년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충실한 계획에 따라 체계적으로 움직여 왔다기보다는 그 때 그 때 돌발하는 상황에 대응하기에도 벅찬 2년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2년이 지난 지금, 성과보다는 아쉬움이 앞섭니다.

그동안 많은 시스템과 제도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제대로 운영도 해보지 못했고 그에 따른 가시적 성과도 별로 내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노사 공동위원회 최대 과제 중 하나였던 새로운 인사평가시스템 도입이라든지 사규 손질 등은 손도 대지 못했습니다. 또한 격주휴무제 확립과 주5일근무제 도입 등 과제도 신임 집행부의 짐으로 넘기게 되어 미안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위안으로 삼는 일은 거칠게나마 ‘도민일보형 노동조합’의 방향을 자연스럽게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경남도민일보는 1인 사주가 지배하는 일반적인 기업과 다릅니다. 1인 사주 밑에서 ‘종속의 기쁨’을 누리고 싶다면 할말은 없지만, 그것이 전체 도민일보가 가야할 길이 아님은 분명합니다. 그것은 도민일보의 창간 이유이자 존재의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3년 ‘경영파업 사태’에서 모두가 한마음으로 똘똘 뭉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창간정신과 존재이유를 끝까지 사수하겠다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의 ‘수준 높은 의식’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저는 참 편하게 노조활동을 해왔다는 생각도 듭니다. 지나치게 앞장 서 갈 필요도 없고, 힘겹게 설득시킬 일도 없이, 그냥 조합원 다수가 원하는 방향대로만 가면 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여민주경영’과 ‘편집규약’을 비롯한 각종 ‘도민일보형 제도’는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결과물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합원 동지 여러분 너무 고맙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제도나 시스템은 만드는 것보다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또 운영과정에서 끊임없는 피드백을 통해 개선해나가야 합니다. 그릇 자체보다 그릇에 담기는 음식의 질이 더 중요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저는 조인설 위원장을 비롯한 제3대 집행부가 참여민주경영의 ‘성공모델’을 만들어냄으로써 한국 노동운동사와 한국언론사의 새로운 역사를 쓸 것이라고 믿습니다. 특히 조인설 위원장은 제1대 노조와 2대 노조에서 부위원장직을 수행하면서 확실한 지도력과 개혁성, 도덕성을 검증받은 그야말로 ‘준비된 위원장’입니다. 그리고 편집국 사람보다 더 편집국에서 사랑받고 존경받는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 이후, 이취임식까지 인수인계 과정에서 임원들과 새집행부 구성원들이 보여준 높은 의욕과 헌신성도 잘 봤습니다. 2대에 이어 3대에도 참여한 분들이 있는데, 그들에게서 2대 때는 볼 수 없었던 열의를 지켜보면서 질투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정말 기대됩니다.
다시 한번 온갖 험한 일 속에서도 우리 노동조합을 끝까지 사수해주신 조합원 동지 여러분, 그리고 바쁜 현업을 함께 하면서도 무조건 일주일에 한번이라는 상집회의를 사수해주신 2대 집행부 간부 여러분께 의례적인 말이 아니라 진짜 감사드립니다. 이제 현업에서 뵙겠습니다.

/김주완 2대 노조 위원장

(노보 <도미니> 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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