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동 상권 활성화위해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단장

‘차와 입간판들이 주인인 양 줄지어 서 있는 거리는 더 이상 사람들의 것이 아니다.' 젊음과 문화가 퇴색된 거리를 다시 낭만과 사색이 있는 난장으로 만들기 위한 몸짓이 한창이다.

제1회 창원 오거리문화 페스티벌은 이런 꿈 같은 얘기를 현실로 만들기 위한 작은 파열음을 냈다. 이 파열음을 앞으로도 2~3개월에 한번씩 들려준다는 희망 섞인 메시지도 전해, 콘크리트 거리에 젊음이 출렁대고 있다.

지난 9일 처음 열린 창원 오거리문화 페스티벌은 오후 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중앙동 오거리 일대를 차 없는 거리로, 문화와 봉사의 마당으로 바꾸었다.

오거리 패밀리마트 옆 무대를 정점으로 무대 앞거리와 정우상가로 향하는 거리에 차가 다니지 않는 대신 아름다운 가게, 피학대 아동돕기 모금을 위한 바자회 부스가 세워졌다.

또 지역에선 다소 생소한 그라피티 그리기, 창원경일고 독도지킴이 동아리의 독도사진전시회, 창원중앙고의 마술동아리 등도 거리를 메웠다.

같은 시간 중앙무대에는 지난 7주 동안 계속된 춤서리 무용단의 게릴라춤콘서트를 정리하는 전국청소년댄스 경연대회가 이어졌다. 특이한 것은 거리문화축제라면 있을 법한 그 흔한 야시장은 찾아볼 수 없다는 점.

댄스경연·사진전시회·바자회 부스 등 거리 메워

이번 페스티벌을 주최한 중앙동 오거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일종의 상가번영회) 강봉규 회장은 “용호동과 상남동 일대로 상권이 거의 옮겨갔습니다. 이대로라면 오거리 상권은 머지않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상인들에게 팽배해 있죠.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 거리를 청소년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바꾸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시도가 장기적으론 오거리 상권에도 활력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여기는 마음 맞는 이들과 이렇게 일을 벌였죠”라며 축제를 시작한 이유를 설명했다.

오후 7시 댄스경연대회 본선마당이 준비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비가 다시 쏟아지고, 춤서리 무용단이 빗속에서 대북과 사물장단에 맞춰 재즈와 힙합공연을 해 무대를 이채롭게 꾸몄다. 비는 그쳤지만 아직 물기가 넘쳐나는 무대 위에서 예선을 거친 9개 댄스 팀들이 최선을 다한다. 350명이 넘는 관객들이 무대를 둘러싸고, 동작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핀다. 30여 명의 중·고등학생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관객들은 춤꾼들에게 아직 거리를 두며 온전히 축제 속으로 몸을 내맡기진 않는다.

경연팀들의 공연을 모두 마치고 힙합댄스팀 ‘팝스터 맨’이 상금 70만원의 대상을 받고, 시상식 직후 무대에는 수상한 팀이나 하지 않은 팀 모두 어우러져 마지막 춤판을 벌였다. 마치 마당놀이의 뒤풀이 마냥.

오후 10시가 지나면서 거리는 다시 썰물이 된다. 이날 4000여 명의 유동관객이 축제를 찾아왔다고 주최측은 얘기했다.

이번 일을 ‘저지른’ 중심 멤버는 강 회장과 함께 이원 축제추진위원과 이현 춤서리 무용단장. 축제 뒷정리를 하던 이원 추진위원은 “창원은 그 알맹이를 보면 마치 유령도시같죠. 창원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고,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제2의 고모령을 꿈꾸어봅니다. 지금은 다소 미흡하지만 말입니다”라며 큰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의 일정도 자못 눈여겨볼 만하다. 오는 29일 이곳 오거리에 청소년 문화를 집중시키기 위한 방안마련을 위해 창원시 관계자, 지역의 교육학과 교수, 청소년 단체 들과 축제 추진위가 함께 머리를 맞대는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오는 6월 즈음엔 오거리를 차 없는 테마거리로 새단장하기 위해 시에서 설계용역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리고 거리축제도 2~3개월에 한 번씩 계속 이어갈 예정이다.

이날 축제의 모습과 방향은 아직 미약하고 모호하다. 이들의 노력이 차와 입간판에 빼앗긴 거리를 사람, 시민에게로 되돌릴 수 있을지, 이제 걸음마를 뗀 청소년 거리축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