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진화상황 등 사태파악 제대로 못해

이해찬 총리가 강원도 양양 산불 당시 골프를 친 사실이 드러나자,  야당이 이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이 총리가 산불 상황을 제대로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정부의 재난보고체계에 큰 허점을 드러냈다.

이해찬 총리, 양양 대형화재 발생 당시 골프 라운딩 확인

양양지역의 대형산불이 한창인 지난 5일 오후 2시 이해찬 총리가 총리실과 국무조정실 간부들과 경기도의 한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났다.

모두 8명이 2조로 나눠 골프를 쳤는데, 이 총리를 비롯해 조영택 국무조정실장과 이기우 총리비서실장, 국조실 유종상 기획차장, 최경수 정책차장, 임재오 정무수석, 이강진 공보수석, 박기종 기획관리조정관이 참석했다.

이강진 공보수석은 “식목일 행사 이후 총리께서 방재청으로부터 산불이 완전 진화됐다는 보고를 받고 원래 계획했던 (골프)모임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총리 일행은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있었던 식목일 행사를 마치고 직원들과 식사를 한 뒤 골프장으로 이동을 해서 2시부터 2시간여 동안 골프를 쳤다.

이 총리 일행이 골프 라운딩 당시 산불 재발화, 피해 확산

이 총리 일행이 골프를 치기 시작할 때 이미 양양지역은 산불이 다시 번지면서 7번국도의 교통통제가 시작된 때였다.
또, 민방위통제소는 오후 2시 32분부터 47분까지 재난 예경보 싸이렌을 울리고 방송을 세 차례 했다. 2시 40분에는 속초시 대포동 등 17개동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고, 3시쯤에는 낙산사 주변으로 불길이 옮겨 붙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이때까지도 산불 재확산에 대한 보고를 받지 못한 채 골프를 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총리는 3시 45분쯤 되서야 소방 방재청으로부터 잔불이 번져 불길이 거세졌다는 보고를 받은 뒤 골프를 중단하고 4시 15분쯤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돌아오며 강원도 지사와 소방방재청장, 국방부 장관 등과 전화통화로 산불 상황을 점검하고 긴급지시를 내렸다는 게 총리실의 해명이다.

하지만 각 방송사들이 재난방송을 특별 편성해 시시각각 속보를 전하고 화재지역 주민들이 화마로 전 재산을 잃어 망연자실한 시점에서 총리가 한가롭게 골프를 즐겼다는 점에서 큰 파문이 일고 있다.

특히 이날 식목일에는 강원도 뿐 아니라 충남, 전남, 경남 등 전국 곳곳에서 수십여건의 산불이 계속 나면서 큰 혼란을 겪고 있었고 해당 지역 공무원들에게는 비상 경계령이 내려져 있었다.

지역 공무원과 소방공무원들은 밤새 한숨자지 못하고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동안 행정의 상당부분을 대통령으로 위임받은 책임총리와 총리실 공직자들이 골프를 즐겼다는 것은 어떤 해명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는 여론이다.

정부 재난보고체계 큰 허점 드러나

더욱 심각한 것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는 데도 국정운영을 이끌고 있는 한 축인 이 총리에게는 제 때 보고되지 않았다.

보고가 늦어진 데다 총리가 지방에 있어서 정부 관계기관 대책회의도 제 때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정부 관계장관회의는 오후 6시30분이 되서야 열렸고, 이 때 피해대책 등이 본격 논의되기 시작했다.

산불 완진 발표에 이은 총리의 골프장행, 이에따른 보고 지연이 이어지면서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미적대는 사이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소방방재청을 방문해 산불피해지역 재난사태 발령 검토를 지시했다.

이 총리 골프장행 놓고 야당 강하게 비판

식목일 대형 화재 당일 이 해찬 총리의 골프장행을 둘러싸고 야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한나라당은 전여옥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내고, "그동안 이 총리의 언행을 보면 이 나라 국민이 산불로 울부짖어도 골프삼매경에 빠질 수 있는 사람이다"며 이 총리를 맹비난했다.

또, "대통령은 태풍이 불 때 뮤지컬을 즐기고, 책임총리는 산불로 온 나라가 난리가 났는데 골프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이제 참여정부의 모든 길은 골프로 통한다"며 비꼬았다.

민주당은 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김재두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형산불로 이재민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사이 총리가 골프를 친 것에 대해 총리실측이 구차한 변명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특히 "이번 산불은 식목일 하루 전날 밤부터 시작됐다"면서 "현지에서 뒷수습을 진두지휘했어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또, 김 부대변인은 "허탈한 민심을 어떻게 달래 줄 것인지 지켜볼 일이라고 비난한 뒤 이 총리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면서 자진사퇴를 거듭 촉구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참여정부 고위공직자들이 잇따라 골프로 물의를 빚고 있다며 처신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촉구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