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소지, 개선해야” VS “교육적 판단에 맡겨라.”

초등학교에서 관행처럼 여겨져 온 일기장 검사를 두고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교육계에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인권위는 일단 많은 초등학교에서 일기작성의 습관화, 생활반성, 쓰기 능력 향상 등의 목적으로 학생에게 일기를 쓰도록 하고 일기장을 관행적으로 검사하는 것에 대해 “일기의 본래 의미와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아동의 사생활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인권위 “초교생 사생활∙양심 자유 구속”

특히 인권위는 “일기 검사를 통해 일기 쓰기를 습관화 할 경우 일기가 사적 기록이라는 본래 의미가 아닌 공개적인 숙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며 “더구나 글짓기 능력향상이나 글씨 공부 등은 일기를 통해서가 아니라 작문 등 다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인권위의 이번 판단에 공감한다는 지역의 한 초등학생 학부모는 “요즘 아이들은 수준이 높아 혼자 간직하고 싶은 비밀이 있을 수 있다”며 “특히 4~6학년 등 고학년의 경우 일기장을 검사하는 것은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다른 학부모도 “검사를 받기 위해 일기를 써야 한다는 것도 우습지만, 아이가 우리 가정의 내밀한 내용을 쓸 때도 있는데, 그걸 교사가 본다고 생각면 아이의 인권침해 뿐만 아니라 가족의 사생활도 침해받는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권위의 이번 판단은 지나친 기우이며, 교육적인 부분을 간과했다는 반론도 곧바로 나왔다.

교총 “지나친 기우…교육적 부분 간과” 반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7일 인권위 결정에 대한 논평에서 “인권만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교육적 측면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정으로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교총은 특히 “현재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와 일기쓰기 지도는 담임교사의 교육적이고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시행여부가 결정되며 학생 생활지도 등 교육적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능이 있다”며 “교사의 일기쓰기 지도를 마치 학생들의 양심과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하는 듯이 속단한 것은 교사의 양심과 전문성을 기초로 한 교육활동 마저 위축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 교육계에서도 비슷한 견해들이 나오고 있다.
경남도교육청 유아교육 담당 장학사는 “걱정이 너무 많아서 할 일도 제대로 못하겠다. 아이들의 일기장 검사가 인권문제와 크게 연결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일기검사를 통해 아이들의 세계를 담임이 알 수 있고 심리적인 지도도 할 수 있다”고 일기검사의 긍정적인 면을 강조했다.

또 전교조 경남지부 초등 담당자도 “보는 시각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긴 하지만 교사가 아이의 일기를 보는 것은 인권침해라기 보다는 지도차원이며, 일기가 아이들과의 의사소통 장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며 “특히 선생에게 속을 드러내 보이기 싫어하는 고학년의 경우 비밀일기를 쓰게 한다거나 별도의 표시를 한 부분은 읽지 않기로 약속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해 교육적 효과에 무게를 더 뒀다.

한편 정작 당사자인 어린이들은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탓인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한 초등학교 4학년 남학생은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기분이 안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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