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진주 찾은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

지난 1일 오후 7시 진주시 청소년수련관에서는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 김경현 위원이 만든 <일제강점기 인명록Ⅰ>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진주민족문학작가회의가 주최한 이 행사는 기획단계에서 거론됐던 지인 중심의 참석 규모를 훨씬 넘기며 100명 이상이 참석했다. “당연한 결과”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후문도 있었다.

<인명록> 출판기념회 참석...“진주 철저히 연구, 뜻깊은 책”

처음 기획보다 행사규모가 커진 과정에는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64) 소장이 참석 의사를 밝힌 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일제잔재 청산’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 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가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회를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기 때문에 임 소장의 참석으로 출판기념회의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 회장이라는 직함이 나타내듯 대표적인 문학평론가의 한 사람으로 이름이 알려진 임헌영 소장. 그는 1979년 남민전 사건으로 고 김남주 시인 등과 함께 투옥되기도 했다.

임 소장은 일제시대 진주지역 인사들의 활동을 샅샅이 기록한 <일제강점기 인명록 Ⅰ> 책자를 소개하며 인사말을 시작했다.

“진주지역을 철저히 연구한 책이다. 이런 식의 일제시대 지역연구 방법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전례가 없다. 일본인들이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현 상황에서 출판시기도 적절하다.

김경현 위원이 이렇게 책을 만들어 놨으니 앞으로 유사한 책을 만들려면 이 책 이상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여러 사람 고생시킬 일을 김 위원이 했다.”

독특한 표현으로 좌중을 웃게 만든 임헌영 소장은 곧바로 국민들의 친일잔재 인식 실태를 꼬집었다. 특히 이 책의 무대인 진주지역, 특히 항일정신의 상징인 ‘논개’를 빗대 설명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의 걸쭉한 경상도 사투리는 지적을 더욱 신랄하게 느끼게 했다.

“진주는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유적지가 있고, 제전도 있다. 기가 막힌 일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논개를 추앙하면서도 친일파를 청산하자는 사람들은 불순분자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이는 특히 군부독재가 조작한 왜곡된 국민여론이다. 항일정신을 강조하면서 아직도 우리 내부에 존재하는 친일은 기득권을 위해 감추려 했다. ‘동경제국대’ 간판을 달고 다니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오늘 출판은 온 진주시민이 축하할 일이다.(출판기념회가 작은 규모임을 빗댄 듯 했다.)”

올 8월 국내활동 인물 발표 예정 내년에 국내·외 자료 수집 완료

임 소장은 특히 국민들의 관심이 큰 친일인명사전 편찬일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지난해 인명사전 편찬비용이 국회 예산에 상정됐다 전액 삭감되고, 이후 단기간의 국민모금 열기로 책정된 예산 이상의 모금이 이뤄지면서 관심은 증폭됐다.

“준비과정을 착착 밟고 있다. 올해에는 국내의 친일 단체와 인물에 대한 자료를 만들고, 내년에는 해외에서 활동한 인사와 단체에 대한 자료가 확정된다. 이렇게 주변 자료를 모은 뒤에 내후년(2007년) 쯤 친일인명사전을 완성하게 될 것이다. 국민들의 열망이 그 책에 결집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어진 전화 인터뷰에서 임헌영 소장은 구체적으로 “올해 8월 15일에 친일인사 명단과 국내 친일 단체와 조직이 발표된다. 또 내년에는 해외에서 활동한 친일 인사와 단체가 발표되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2007년에 친일인명사전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최근 마산시의회가 제정한 ‘대마도의 날’ 조례에 대해 임 소장은 어떻게 생각할까. 또 독도와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대응방식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전화 인터뷰를 통해 의견을 들었다.

“대마도의 날 조례가 준비기간이나 내용에 흠이 있다 하더라도 잘 한 일이라고 본다. 대응 자체에 대해 흠을 잡기 보다 격려해야 할 때다. 사실 감정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현실도 있다.

그러나 정부나 국민의 대응방식은 보다 장기적이어야 한다. 독도 입도를 허용하고, 관광을 시키는 방법으로는 본질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부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편성해 해당 지역의 친일자료 조사를 해, 국민들의 근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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