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눌려 제대로 숨도 못 쉬고 있는 농민들을 위해 정부가 지난 2001년부터 농업경영 개선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저금리의 대출을 해 주기 시작했다. 자그마치 1조8000억원이라는 돈이 대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처럼 상상도 하지 못할 어마어마한 자금이 풀렸지만 여전히 농민들은 빚에 쪼들리고 있고, 또 농업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농협의 대출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창원지검 진주지청이 농업경영 개선자금을 불법으로 대출 받거나 대출해 준 36명을 구속 기소하고 22명은 불구속, 2명은 지명수배했다. 불법대출 혐의로 적발된 곳이 남해 동남해 농협을 비롯, 산청농협 호암지소·단성지소, 하동 진교농협, 하동 금남농협, 하동 고전농협, 새하동농협 등 7곳이나 된다.

이들 불법 대출자들은 44억여원을 대출 받았으며, 횟집주인을 비롯해 회사원·새시업자·전자대리점 주인·독서실 운영자·슈퍼마켓 주인 등 농업경영 개선자금을 대출 받을 수 없는 사람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불법대출이 가능했던 원인은 부실 채권이 됐을 때 농신보에 결손처리를 요청하면 농신보가 보상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즉 농협은 아무런 피해가 없는 것이다.

농협이 경작사실 확인서나 가축사육 확인서 등 서류를 검증하지 않은 채 형식적인 사실조사와 확인으로 농자금을 대출해 줬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는 반면 농협 직원이 농협으로부터 대출받은 빚을 못갚고 있는 농민들의 빚을 해결하기 위해 허위로 서류를 작성, 대출해 주는 형식으로 이 빚을 탕감시켰다는 목소리도 있다. 다시 말해 농협 직원이 자신이 다니고 있는 농협의 배를 불리기 위해 서류 위·변조에 가담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농민들의 부담을 덜어 주고자 정부에서 추진한 사업이 농민보다 농협만 혜택을 받았다는 비난을 면치 못하게 됐다.

농림부와 농협은 대출과 상환규정을 좀 더 엄격하게 적용하고, 대출 서류에 대한 실질적인 조사도 하며 빠른 시일내에 책임있는 대책을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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