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교육청에서 학교폭력예방책의 하나로 ‘친구사랑운동’을 구상 중이라고 한다. 그동안 학교폭력에 대한 대책으로 단속과 처벌이 대부분을 차지한 가운데 근본적 예방책에 더 고민을 한 흔적이 보인다. 이왕 도교육청 단위로 경남 도내 전 학교에서 대대적으로 실시를 할 것이라면 고민한 만큼 성과가 있어야 하겠고, 성과라고 한다면 이 프로그램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즐거워하고 학교 폭력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 대략 나온 도교육청의 ‘친구사랑운동’계획을 보면 이대로 학교 현장에 드밀게 될 때 틀림없이 학생들로부터, 교사로부터 푸대접 받기 십상일 것이라고 단언하다. 원론을 놓고 보면 친구사랑이 중요하고 필요하고 인성교육과정에서 빠질 수 없는 부분이지만 현재 도교육청에서 내놓은 시책의 예로 친구의 날을 정한다든지, 친구를 주제로 한 글짓기, 친구와 편지 주고받기 등의 이벤트성 교육과정은 지금의 입시위주의 교육체제 속에서 교사에게는 참으로 귀찮은 일거리가 또 하나 생긴 셈이고 학생에게는 단지 학교에 제출해야만 하는 겉치레 과제물로 취급될 게 뻔하다.

친구사랑운동은 감성적인 친구사랑이 아니라 나 자신을 비롯해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아는 인권교육 개념에서 출발하여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외형적 경제 성장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민주 사회의 바탕이 되어야 할 민주시민 교육에 너무 소홀하였으며, 오히려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기 위한 경쟁만 앞세워 우리 아이들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그 어떤 억압기제도 허용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지금까지도 많은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대단히 비민주적이고 권위적인 인간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유지하고 있으며 우리 아이들에게 인권이라는 개념을 생소하게 만들어 오고 있다. 학교폭력의 원인을 학생들에게서만 찾아서 안 된다는 것쯤은 다 안다고 한다면 그 어떤 교육과정을 만들더라도 최우선적으로 지금의 억압적이고 비민주적인 학교문화부터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 거기다 경쟁과 서열만 강조하는 학교에서 친구사랑운동은 자칫 비웃음을 살지 모를 일이다. 부디 학생들에게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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