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은? ‘개봉박두!’

◇ 관록이냐? 실력이냐?

객관적인 실력이나 기량면에서는 분명 원주 TG삼보가 앞선다. 하지만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나타났듯이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노장’들이 대거 포진한 전주 KCC는 관록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이었던 TG삼보는 최종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KCC에 챔프 자리를 내줬었다. 공교롭게도 올시즌 정규리그 우승팀은 역시 TG삼보. 지난 시즌과 상황이 똑같다.

올시즌 상대 전적에서는 TG삼보가 5승 1패로 월등히 앞선다. 그런 만큼 TG삼보는 지난 시즌 악몽을 떠올리기 싫을 것이고, 반대로 KCC는 지난 시즌을 기억하며 ‘Again 2003-2004’를 되뇌고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원주에서 열리는 1차전은 기선을 제압한다는, 그리고 나머지 일정을 편하게 가져간다는 의미에서 상당히 중요하다.

◇ TG ‘고공 농구의 파워 보여주마’

TG삼보의 가장 큰 무기는 바로 김주성-자밀 왓킨스의 ‘트윈 타워’가 위력을 떨치는 높이다.

파워가 밀리는 김주성은 기교면에서, 정교함이 떨어지는 왓킨스는 힘으로 승부하며 특색있는 ‘트윈 타워’를 구축하고 있는 것도 TG삼보의 자랑이다.

게다가 공격력과 높이를 향상시키기 위해 시즌 내내 자기 몫을 톡톡히 해냈던 처드니 그레이를 방출하면서까지 데려온 아비 스토리가 게임이 거듭될수록 자기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는 것도 전창진 감독으로서는 안심이다.

또한 정규리그 MVP 신기성의 게임 리딩과 간간이 터뜨리는 고감도 3점포(3점슛 성공률 47%·1위)는 언제나 믿음이 간다. 하지만 경기 초반 반칙이 많다는 것은 신기성이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며 신기성을 대체할만한 백업 가드가 없다는 점은 TG삼보의 약점이다. 그리고 슈터 양경민의 외곽포가 들쭉날쭉 하는 것과 신종석과 이상준을 제외하고는 괜찮은 식스맨이 없다는 것도 TG삼보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 KCC  ‘속공 농구의 묘미 보여주마’

TG삼보와는 반대로 ‘신산’ 신선우 감독이 이끄는 KCC는 장신 센터가 없는 약점이 있는 만큼 빠른 농구에 승부를 걸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로드 워드를 제외하고는 주전 모두가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TG삼보를 상대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자신감에 차있는 게 무엇보다 강점이다.

‘코트의 여우’ 이상민이 조율하는 경기는 언제나 믿음이 간다. 얼마나 작은 실수를 줄이느냐만 남았다.

찰스 민렌드는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외곽포는 물론 뛰어난 드리블과 개인기, 리바운드 가담률, 게임 리딩 능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다.

‘소리 없이 강한 남자’라는 닉네임을 가지고 있는 추승균은 닉네임 그대로다.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강력한 수비와 뛰어난 슛감각은 추승균의 존재 의미를 부여한다.

하지만 조성원은 솔직히 KCC로서는 걱정거리. 슛감각은 뛰어나지만 단신(180cm)이다보니 수비에서 많은 허점을 노출하는 데다 외곽포가 안터질 때는 ‘심하게’ 부진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KCC의 고민은 제로드 워드. 거친 몸싸움을 싫어하다 보니 골밑 보다는 외곽으로 나돌기를 좋아해 외곽포를 남발하며 제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물론 SBS와의 4강 플레이오프 4차전 후반에 보여준 것처럼 터질 때는 잘 터진다. 하지만 역시 워드는 센터라는 자기 역할을 해줄 때 팀에 가장 보탬이 된다. 왓킨스와의 몸싸움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줄지가 관건이다.

KCC의 또 다른 강점은 풍부한 식스맨이다. 이상민을 대체할 수 있는 표명일도 든든하고, 주전급 식스맨인 ‘큰 형님’ 정재근도 믿음이 간다.

특히 양경민을 막기에는 조성원이 단신임을 감안한다면 정재근의 출장시간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 시즌과 같이 7차전까지 가는 숨막히는 드라마를 연출할지 아니면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단기전으로 끝날지 이제 그 결과를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영광의 챔프 반지… 과연 누구의 손가락에 끼워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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