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급한 심리·유가 등 외부 악재 경계령

“저희 업종은 경기회복에 대해 피부적으로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청업체인 우리 회사는 대기업에 종속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대기업이 시설투자를 하지 않을 경우 경기가 아무리 좋아졌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어려움을 면치 못합니다.”(창원시 팔룡동 ㄷ회사)

“매출이 늘고 있으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판단해도 되지 않겠습니까. 다만 대기업의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은 수주물량이 경기회복에 직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주물량이 불안정하거나 줄어들 경우 중소기업의 경기는 바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창원시 신촌동 하나금속)

“각종 언론에서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각종 지표를 발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느끼지 못하고 있습니다. 특히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는 하지 않고 해외 투자에만 치중할 경우 중소기업의 고충은 더욱 가중될 것입니다.”(창원시 팔룡동 ㄷ회사)

올들어 회복 기대감에 잔뜩 들떴던 중소기업들이 여기저기서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기관이나 투자기관들이 잇따라 호전되고 있다는 실물경기 지표를 발표하면서 소비심리가 되살아났다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각종전망 꾸준히 상승해 기대감은 늘어

유가를 비롯한 국제 원자재 가격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환율도 좀처럼 올라올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청업체인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눈치를 살펴야 하고 자칫 눈 밖에 날 경우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뒷전이고 ‘대기업 관리’에만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따라 자칫 지난해 이 맘때처럼 실물지표 부진과 외부 충격으로 성급하게 앞서간 심리지표마저 주저앉아 버리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기업환경을 토로하면서도 향후 우리 경제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표출하고 있다.

하나금속 김정배 사장은 “경기가 회복되든 안되든 상관없이 매출이 늘고 있다면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 뒤 “현재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인 우리 회사는 수주물량이 소폭 늘었고 이달 매출목표의 수주 물량도 이미 확보한 상황”이라며 향후 경기전망을 낙관했다.

실제로 하나금속은 지난달 3억3000만원의 매출실적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달 2억9000만원에 비해 15~20% 늘어났으며 이 달에는 4억원의 매출목표 달성을 위해 전력하고 있다.

김 사장은 “앞으로 경기는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특히 외부환경도 갈수록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원가절감 등은 우리가 만들어 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합금주물이 주 생산품인 창원 팔룡동의 ㄷ업체 사장은 “경기회복에 대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있지만 올 2분기 경기는 1분기와 비슷할 것”이라며 “하지만 정부의 경기 활성화 정책과 기대 심리에 힘입어 하반기부터는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주요 실물경제지표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 1일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경남지회가 도내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경기전망을 조사한 결과, 4월의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 지수(SBHI)가 기준치 100을 웃도는 104.7로 나타나 전달의 95.8에 비해 8.9포인트나 상승했다.

특히 수출판매 전망지수가 105.8로 전달보다 8.3포인트나 급상승했으며 생산 전망지수도 104.3으로 전달의 99.1보다 5.2포인트, 내수판매 전망지수도 102.2로 전달보다 4.4포인트나 각각 상승했다.

자금조달 사정 전망지수도 95.8로 전달의 86.0보다 9.2포인트, 경상이익 전망지수도 96.6으로 전달의 88.6보다 8포인트나 급상승했다.

또한 지난 3일 한국무역협회 경남지부가 발표한 ‘수출산업경기전망(EBSI) 조사’에서도 올 2분기 도내지역 전반적 수출경기 EBSI는 111.8로 조사돼 1분기 EBSI 82.8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올 2분기에는 수출상담이나 수출계약 등이 다소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며 수출국 경기나 국제수급 상황, 설비가동률에서도 긍정적인 양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심리를 가시화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기대심리 살리기와 그동안 펴온 부양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소기업 사장은 “현 시점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무리하게 마련하기 보다는 외부변수를 폭넓게 모니터링하면서 그에 맞는 기존 부양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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