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지법 부패 사건 다루는 315호 법정

창원지방법원에 하나뿐인 대법정의 호수가 315여서 은근히 얘깃거리가 되고 있다.

“어, 법정이 315호네!” 창원의 시민사회단체 간부 한 명이 창원 사파동 창원지법에 들렀다가 한 말이다.

이 간부는 이어 “묘하게도 마산 3·15 의거와 숫자가 같다”면서 “부정 선거에 맞서 싸운 이 날이 창원지법에서는 공직 관련 부패 사건을 주로 다루니 느낌이 이상하다”고 말했다.

315라 하면 마산을 비롯한 경남 사람에게는 남다른 느낌과 울림을 준다.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지만 학교 교육을 통해 1960년 3월 15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부정 선거에 맞서 ‘경남’의 ‘마산’ 시민들이 항거한 날임을 다 알기 때문이다. 이처럼 315라는 숫자는 적어도 경남 사람한테는 무언가 숙연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만 이 법정에서는 지역의 굵직굵직한 사건에 대한 재판이 많이 이뤄진다. 물론 1심을 거쳐 올라온 항소심도 이 법정에서 다룬다.

마산 3·15 의거와 숫자 같아 ‘화젯거리’

최근 법원에 접수된 사건을 보면 황철곤 마산시장이 수뢰 혐의로 지난달 11일 이 법정에 섰다.

마찬가지 수뢰 혐의를 받고 있는 김종규 창녕군수도 지난해 12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모두 네 차례 이 법정에서 재판을 받았다.

남편의 당선을 위해 지난해 총선에서 거금을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한나라당 김정부(마산갑) 국회의원의 아내 정모씨 사건도 이 법정에서 다루고 있다.

정씨는 아직 도피를 계속하고 있어 이 법정에 선 적은 없지만 사건을 맡은 변호사는 지난 1일 처음 이 법정에 나왔다.

동료 의원에게 의장 당선을 위해 지난해 7월 뇌물을 준 혐의를 받고 있는 배영우 창원시 의회 의장도 지난달 25일 ‘결국’ 이 법정에 서고 말았다.

배 의장은 지난해 11월 11일 기소된 뒤 형사5단독 재판부에 배당돼 123호 법정에서 2월 1일까지 세 차례 재판을 받아 왔다.

그러다가 지난달 인사이동으로 새로 5단독을 맡게 된 법관이 배 의장과 같은 교회 신자라서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며 사건 재배당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우여곡절을 거쳐 배 의장도 다른 주요 인사들과 마찬가지로 제3형사부에 배당돼 315호 대법정에 서게 된 것이다.

이밖에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구속돼 있는 김석형 마산시 의원도 오는 8일 낮 2시 이 315호 대법정에 서게 된다.

물론 예전에 거쳐간 인물도 많다. 노무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도 지난해 이 법정에서 인사청탁 명목으로 돈을 받고 국회 증언에도 출석하지 않은 사실을 인정받아 유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앞서서는 황낙주 전 국회의원과 김인규 전 마산시장 그리고 김호일 전 국회의원도 이런저런 부패비리 사건으로 이 법정에 섰다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이를 두고 “어쩌면 이것이 315의 운명”이라며 “315라는 법정에 부패비리 관련자들이 서는 사실을 두고 언짢아하기 보다는 그들에게 법의 심판이 냉엄하게 내려지는 데서 정의가 살아 있음을 느끼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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