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불균형 상위 20%, 하위 20%의 5배




지난 70년대 이후 경제성장의 과정이 낳은 부의 양극화 또는 빈부격차라는 용어는 일상화돼 왔다. 이는 개발시대의 논리를 떠나 성장의 과실 아래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의 하나로 어느 정도 인정받아 왔다. 30년 동안 이뤄낸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는 편향에서 벗어난다면 이같은 평가는 설득력을 얻는다.

그러나 IMF 관리체제를 거치는 동안 ‘20 대 80 사회’라는 용어가 이를 대체하면서 새로운 사회 양극화 현상을 대변하고 있다.

‘빈익빈 부익부’로 대표되는 기존의 양극화 현상에 대한 해석은 다소 광의적이고 포괄적인 개념으로 작용해 왔다. 이제까지는 상.하 양측의 대립되는 구조 사이에 중간층이 존재하며, 이 중간층의 확대가 견실한 사회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에 깔고 있었다. 이와 달리 ‘20 대 80 사회’는 보다 계량화되고 과학적인 의미로 다가와 현 사회 현상을 설명하고 있다. 즉 사회 구성원의 20%가 모든 생산과 소비를 독점하고 나머지 80%는 잉여인력이 된다는 말이다.

여기에는 중산층의 붕괴라는 뜻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사회의 모든 부분에서 이같은 현상이 전방위로 확산돼 소수의 권력이 다수의 자유를 지배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먼저, 피부로 직접 느낄 수 있는 소득구조에서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상위 20%가 하위 20% 소득의 5배를 넘고 있으며, 이같은 현상은 좀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외환위기를 지나는 동안 억대 연봉의 ‘골드칼라’가 2배로 급증한 반면 소득이 적어 과세 미달자는 전체 봉급생활자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빈부격차의 완충장치가 붕괴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21%를 약간 넘는 서울이 소득세 징수액의 59% 이상을, 은행 예금의 52% 이상을, 법인세의 52%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도 지역간의 20 대 80 사회를 잘 반영하고 있는 지표의 하나다.

지난 3년간 위기를 거치는 동안 정부는 줄곧 지방 경제 육성책의 하나로 대기업의 지방이전을 추진해 왔지만 실제적으로 효과가 나타난 경우는 드물다. 경남지역에도 중공업을 위주로 대기업이 본사를 두고 있지만 모든 결정은 서울 사무소에서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 권력을 포함해 제도상의 장치 역시 이를 더욱 공고화하는데 한몫하고 있다.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넘었으나 중앙 권력은 자치단체장과 광역의회 의원들도 모자라 기초의회 의원까지 정당 공천을 추진하면서 자치의 여지를 더욱 압박하고 있다. 이는 권력 상층부의 20 대 80의 관념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이뿐인가. 사회의 각 분야에서 소수의 부와 다수의 소외가 집중화되고 있다. 중앙과 지방은 물론 지역과 지역간의, 계층과 계층간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시대적 화두로 떠오른 ‘20 대 80 사회’의 해법은 어디에서 찾을 것인가. 현 실태를 그대로 드러내는 작업을 통해 문제의 심각성과 대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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