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푼두푼 '자수성가'옛말 가구당 평균 2300만원 빚져


한국은행이 최근 집계한 우리나라 전체의 가계부채 규모는 지난해 말 현재 330조원. 가구당 2300만원 가량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경남도가 조사한 가구당 부채 규모(99년)는 1000만원 이상이 조사대상자의 39.3%에 달했으며, 3000만원 이상 빚을 낸 경우도 13.0% 수준을 보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융기관 가계대출의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데 있다. 지난 98년 감소세를 나타내다 99년 15.1%, 2000년 24.8%로 급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신용불량자 규모가 무려 301만명에 달한다. 최근 정부가 99만명의 신용불량자를 구제한다고 발표했지만 금융권은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에 따라 카드 빚을 내 연체대금을 갚을 수도 없는 사람이 이만큼 된다는 말은 소비자 파산이 위험수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올 1분기에 소비자파산을 신청한 사람은 창원지방법원 3명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66명에 이르러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명에 비해 2배를 이미 웃도는 수준이다. 창원지법의 경우 14가지나 되는 소비자파산 신청서를 가져가는 사람도 최근들어 월 평균 10여명으로 알려지고 있다. 저금리의 악순환을 답습하는 모습이다.

최근 사회 문제화되고 있는 유사금융기관 등 사금융 또한 저금리 현상의 단면이다. 제도권의 낮은 이자에 실망한 사람들이 무리하게 사금융에 투자했다가 피해를 보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역으로 원금의 몇배에 달하는 고리대금업 또한 독버섯처럼 저금리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들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저금리 시대는 일반적으로 저성장.저물가라는 경제환경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저성장.고물가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시장원리에 따라 금리가 내리면 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이 트이고 물가는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공적자금 투입과 단기 예금 증가로 시중에 돈은 많이 돌지만 기업의 생산성으로 이어지지 않고 물가만 뜀박질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의 저금리에 대해 “현재의 금리가 너무 낮다”고 지적한 뒤 “금융비용 감소-부실기업 존속-구조조정 지연-경제 불확실성의 증가-소비 위축과 증시침체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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