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생명의 숲 창립멤버 박제욱 사무국장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나무 심느라 시끄럽다. 그 덕택으로 한국전쟁으로 벌거숭이가 되었던 산하를 짧은 기간에 푸르게 바꿔놓았다. 복원하기는 어려워도 훼손하기는 한순간. 이제 잘 자란 숲을 지켜내는 일도 중요해졌다.

경남 생명의 숲(상임대표 권정호)은 5일 무학산 서원곡 유원지 팔각정에서 나무 나눠주기와 갖가지 체험행사를 연다. 특히 탐방로를 따라 진행되는 숲 체험행사는 살아있는 무학산의 생태를 느낄 수 있다.

박제욱(33) 사무국장은 지난해 6월 창립한 경남 생명의 숲 창립멤버. 그는 지난 99년에 경남대 생물학과를 졸업해 직장생활, 인터넷 웹서비스업체를 운영하다 숲 운동가로 진로를 정했다.

‘환경 생각하는 교사모임’서 숲과 인연

숲과 인연을 맺은 건 ‘환경을 생각하는 경남교사모임’에서 일을 도우면서부터, 자연스럽게 경남 생명의 숲 창립 준비에 참여하게 됐단다.

98년 창립한 생명의 숲은 전국적인 네트워크 조직으로 강릉, 춘천, 태백, 대구, 포항, 울산, 전북, 대전, 경남, 목포 등 전국에 12군데 뿌리를 내리고 있다.

주된 활동은 학교 숲 운동, 숲 탐방 운동, 숲 체험 운동, 마을 숲 운동 등으로 숲을 가꾸고 복원해내는 일이다. ‘학교 숲 가꾸기 모임’이 전신인 경남 생명의 숲은 지난해 산림청으로부터 6000만원을 지원 받아 무학산 숲길 사업을 벌이기도 했다.

그 성과로 나무에 표찰, 게시판, 야생화·나무·동물 등 숲 속 생태를 소개한 학습게시판 20개, 나무다리 2군데를 설치됐다. 제비꽃을 설명해놓은 학습게시판을 보면 남쪽나라에서 제비가 올 때쯤 핀다고 해서 붙은 이름의 유래를 소개해 놓았다.

종류만 해도 남산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콩제비꽃, 둥근털제비꽃, 뫼제비꽃, 왜제비꽃. 이 정도라면 앞만 보고 산으로 오르내릴 일이 아니다 싶다.

무학산 가꾸기·학교 숲 운동 등 펼쳐

박 사무국장은 “숲 체험은 정상에 오르기 위해 산에 가는 것이 아니라 무슨 꽃과 나무가 있는 알아가면서 숲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체험 활동이 4월부터 10월까지 매달 열리는데 가족단위의 좋은 모임이 되고도 남는단다. 평소 자녀들이 ‘무슨 꽃이냐, 나무냐’며 물어도 제대로 답해주진 못한 것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

뿐만 아니라 숲 체험 속에서 무학산의 역사와 문화까지 배우게 된다. 경남 생명의 숲은 무학산 숲 가꾸기에 이어 올해는 창원지역에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학교 숲 운동도 성과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 있다. 지난 2002년부터 올해까지 17개 학교. 회색빛 운동장밖에 없는 학교에 푸른빛으로 채우는 지원사업인데 특히 자라나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모범적인 곳이 마산 월영초교. 최근에 이 학교 연못에 두꺼비가 나타나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마산은 공원이 부족한데 자연스럽게 학교 숲이 공원역할을 하게 된다”며 “숲에 새들도 몰려드는데 아침에 새소리 때문에 수업을 못할 정도라고 농담을 할 정도다. 아이들이 자연을 느끼면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건 열성적인 선생님들의 노력”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서 식물학 공부할 계획”

그는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했단다. 그런 그가 산과 숲에 반한 건 지난해 강원도로 출장을 갔다가 눈에 확 들어 온 광경을 보고서다.

“겨울산을 좋아하는데 강원도의 병풍처럼 펼쳐진 산들과 숲을 보면서 한마디로 이게 자연이구나 싶었다.” 울창한 숲을 보고 나서 경남의 산들도 그렇게 가꿀 수 있다는 욕심이 생겼단다.

“그래도 아직 숲 속에 와서도 숲이 살아있는 존재라고 느끼지는 못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는 그는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올해 대학원에 진학해 식물학의 깊이에 빠져볼 참이다.

그는 숲이 자꾸 망가져 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무학산 입구만 해도 콘크리트로 덮여 나무가 숨쉬기 어려워하는 것 같단다.

숲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강조했다. 잘 가꾼 숲에서 생산되는 목재뿐만 아니라 앞으로 교토의정서에 따른 유해가스 배출에 대한 어마어마한 환경분담금을 지적했다.

해마다 나무를 심지만 숲은 계속 훼손돼가고 있다. 4일 녹색연합의 발표를 보면 1976년부터 2003년까지 20만6800㏊의 산림이 줄어들었다.

또한 해마다 1만1000㏊ 규모의 숲이 줄어들고 있다. 문제는 결국 어린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잘 자란 큰 나무를 보호하고 무너져 가는 생태계를 복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숲을 위해 살고 싶다”는 그는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경남의 숲도 울창하게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기업체별로 산을 맡아 ‘1사 1산 가꾸기’같은 구체적인 성공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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