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하나

“학생이 차를 가지고 다니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중략) 학생이 차를 몰고 다니면 보기가 좋지 않나요. 지금은 2001년입니다. 세상은 변하고 있고 정보화 시대라고 떠들어 대는 시대인데 학생이 차를 몰고 다니면 안된다. 그건 좀 이상하네요.”

“학생들 차는 차가 아닌가.(중략) 다른 학교를 가보면 주차권을 뽑아서 사용하고 가격도 저렴하데요. 어떤 학교는 돈도 안 받고 출입을 시키고요.”

이같은 글은 최근 대학가 홈페이지에 올라 온 글들이다.

지금의 30~40대 장년층들이 대학을 다닐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법한 글들이다.

지난 9일 실제로 차를 몰고 다니는 학생들을 찾기 위해 마산과 창원의 대학가를 찾았다. 대학 주변을 한 번 둘러보면서 이같은 학생들이 몰고 다니는 차는 어렵지 않게 눈에 띄었다.

검정색으로 선팅을 한 티뷰론을 타고 다니는가 하면 싼타페.아반떼.세피아.코란도.무쏘.크레도스.누비라 등 차종도 다양했다.

이들이 몰고 다니는 차종과 경비를 따져 보면 학생들이 전적으로 부모에게 경비를 부담시키는 게 아닌가 할 정도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학생들이 이같은 차를 몰게 되면 한달에 최소 20만~30만원의 차량 유지비가 들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학생들은 차량 구입은 부모에게 맡기고 차량 유지비는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학생들이 차량을 몰고 다니는 풍경은 이제 새로운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인식이 일반화돼 있다.

“학생이라고 차를 몰면 안된다는 식의 논리는 자본주의에서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같은 시각은 권위주의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학생이든 직장인이든 능력만 되면 차를 몰고 다닐 수 있는 것 아닌가.”

일부 차를 몰고 다니는 학생들의 말이다.

물론 대부분의 학생들이 아직까지 교통수단으로 일반버스 680원과 직행버스 1100원의 승차권을 구입해 학교를 다니지만 일부 부유층 학생들은 차를 운행하는 자체를 ‘능력’에 비유했다.

풍경 둘

단칸 자취방에서 2명이 교대로 밥을 해먹으며 학교를 다니던 예전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새학기가 시작되기 전 일요일이면 손수레에 책 박스와 옷가지, 냄비며 반찬통 등을 가득 싣고 좀 더 학교에 가까운 방으로 이사하던 풍경도 이젠 보기 힘들다. 아침이면 화장실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학생들이 부산을 떨던 모습과 함께.

5년여 전부터 화장실과 조리시설.방이 한 공간에 포함된 원룸식 빌딩이 대학가 주변에 자리잡기 시작해 이제는 일반화 돼있다.
문제는 학생들이 이같은 원룸식 건물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적게는 20만원에서 많게는 40만원까지 고액의 월세부담을 각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좁은 주택가 골목의 자취방에서 벗어나 대로 주변에 빌딩이나 아파트처럼 들어서는 원룸식 건물은 마산에만 10개 정도 있다.

창원도 마찬가지. 창원의 경우 대학가 주변의 신설 주택은 대부분 원룸식으로 건축되고 있는 게 특징이다.

보통 2~3층으로 8~10가구가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원룸은 작게는 7평에서 15평에 이르고 있으며 생활정보지에는 매일 급매물로 평균 30건의 신축 원룸이 게재되고 있다.

이처럼 깔끔하고 편리한 신세대의 취향에 맞게 건축되고 있는 원룸식 주택이나 빌딩이 늘어나는 게 대학가 자취 문화의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

마산의 한 원룸식 빌딩의 전세를 보면 15평(공유지 포함)은 2500만~3000만원에 이르고 있으며, 10평 정도는 2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요즘 금리의 하향국면에서는 소유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받는 추세에 따라 전세를 500만~1000만원 정도 받고 월세를 20만~40만원 받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이다.

월세 부담에도 불구하고 방을 내 놓으면 하루도 채 가기전에 계약이 성사된다는 게 부동산중개업자들의 전언이다.

결국 이같은 원룸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월세 부담을 고스란히 부모에게 전가하고 있다.

학비외에도 월세에다 자가용 유지비.생활비 등을 합하면 일부 학생들의 대학생활은 여느 직장인 못지 않은 생활임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세태가 IMF 이후 중산층 몰락과 함께 더욱 뚜렷해지고 있는 ‘20 대 80 사회’의 한 단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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