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자유무역지역에 있는 한 회사에 다니는 김현숙(35.마산시 중앙동)씨와 건설노동자인 서영수(39)씨 부부는 6살 재환, 4살 소원 두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일을 한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이 짧아 퇴근시간까지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 덤으로 가욋돈을 들이고 있다.

큰 아이를 낳을 때까지만 해도 남편의 수입이 넉넉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한 가족이 생활하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나 IMF로 남편의 일감이 현저히 줄면서 수입도 덩달아 줄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둘째를 낳고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면 일할 계획을 갖고 있던 김씨는 이런 사정으로 재취업을 앞당기게 됐다.

취업하기 전 아이들을 여성노조 마창지부가 운영하는 ㅌ어린이집에서 한달간 적응 훈련을 시키며 재취업을 서둘렀다. 이곳에서는 오전 7시30분부터 밤 8시30분까지 아이들을 돌봐줘 안심하고 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봄 이 곳이 문을 닫으면서 집 인근에 있는 시립 ㅅ어린이집에 두 아이를 맡겼지만 보육 시간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정돼 할 수 없이 다른 사람에게 10만원의 가욋돈을 주고 하루 두세시간씩 또 맡겨야 했다.

지난해에는 저소득층으로 보육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그마저 안돼 두 아이 보육료로만 30만원이 들어간다. 그밖에 자질구레한 비용까지 감안하면 김씨 수입의 상당 부분이 아이들에게 투자되는 셈이다.

“잔업을 마치고 귀가하면 밤 8시가 넘는데 집에 오자 마자 저녁 먹을 여가도 없이 청소하고 아이들 씻기다 보면 10시를 훌쩍 넘기기가 예삽니다.”

아이들이 아프거나 어린이집이 쉬는 날이면 어려움은 더한다. 올초 소원이가 중이염으로 한달 넘게 고생 했는데 병원 데려갈 시간을 못내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지난 4.26 보궐선거때는 어린이집에 투표소가 설치되면서 25일 오후부터 26일까지 아이들이 갈 곳이 없었다.

애로는 이뿐이 아니었다. “처음 취직했을 때 회사 동료중 제가 가장 어려,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긴 사람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독한 여자’라느니 ‘친 엄마 맞느냐’는 주위의 놀림과 손가락질을 받으며 속으로 많이 울기도 했답니다. 아이들 때문에 잔업.특근을 못한다고 했을 때 회사에서는 이상한 눈으로 보는 것도 견디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이나 그때나 같은 생각이지만, 집에서 엄마가 아이들을 내버려두는 것보다는 차라리 또래와 어울려 노는 것이 아이들을 위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니 그렇게 위안하고 있다.

김씨가 갖는 또다른 딜레마. 잔업이나 특근을 많이 해야 수입이 늘고, 아이들 보육료를 제하고 얼마간이라도 가사에 보탬이 되는데, 아이들 생각을 하면 잔업.특근을 덜 하더라도 아이들하고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은 시간까지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이 생활권역마다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나 시민단체들도 방과후 공부방 같은 데 더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사회적으로도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모성보호 노력이 절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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