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난 지 20개월을 갓 넘긴 여아가 지난해 마산의 한 아동복지시설에 들어와 복지사들의 따뜻한 손길을 받고 있다.

IMF 관리체제 이후 생계난에 직면한 부모가 이혼신청을 해 놓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볼 여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IMF 직전까지만 해도 창원의 한 직장에 다니던 아버지 김모(47)씨는 아내와 함께 여느 가정과 다름없이 평범한 생활을 해 왔으나 회사 구조조정으로 직장에서 해직되면서 가정 불화가 시작됐다.

김씨는 직장을 그만둔 뒤 노동현장을 전전하며 날품팔이로 생계를 꾸려왔지만 세 아이를 양육하기에는 생활비가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었다.

창원의 소형 아파트를 전세 얻어 살던 김씨는 날이 갈수록 생계난이 가중되고 아내와의 말다툼마저 잦아졌다. 이 때문에 아내는 종교에 빠졌으며 결국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가출해 버렸다.

두 아이는 중학교와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아이들의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매일 집을 비워야 하는 김씨는 생후 20개월 밖에 되지않은 막내를 돌볼 여유가 없어 아동복지시설을 선택했다. 김씨는 아내와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다는 생각으로 최근 이혼신청을 해 놓고 있다.

IMF 이후 우리 주변에는 실직과 부도.은행보증 등으로 생활고를 겪다 이혼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창원지법에 따르면 올들어 2월 현재 경제난 등으로 이혼한 가정은 439건으로 지난해 한달 평균 208건보다 다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창원지부 조희정 소장은 “경제난에 따른 이혼문제로 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과거보다 크게 늘고 있다”며 “이는 실직과 보증 등으로 가계가 어려워지면서 구타.가출.외도 등으로 이어져 갈라서려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부부간의 이혼이 이혼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모시고 있던 노부모나 자식이 따로 흩어져 살아야 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어려운 가정형편이 가정해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정상담 전문가는 “부의 편중이 심화되면서 우리 사회의 최소 구성 단위인 가정이 해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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