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맞는 득표자 나올 때까지

△교황 선출 방식-콘클라베

지난 78년 선출된 제264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에 따라 누가 다음 교황이 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은 다른 특별한 일로 그만두지 않는 이상 세계 가톨릭의 최고 지도자로 죽을 때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갖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독특하고도 비밀스러운 교황 선출 방식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동안 지방의회나 교육위원회 의장을 ‘묻지마’ 투표로 뽑는 일을 두고 ‘교황 선출 방식’이라 일러왔기에 과연 그 본모습은 어떠한지가 호기심의 대상이 되는 셈이다.

비밀회의‘콘클라베’ 3분의 2이상 표 얻어야

요한 바오로 2세의 장례는 애도 기간 9일 안에 마무리된다. 교황청은 교황 유고 사실을 모든 추기경들에게 알리고 20일 안에 교황 선출을 위한 선거회인 콘클라베(CONCLAVE-열쇠로 잠근 방)를 소집한다.

선거권은 80세가 안된 추기경에게만 주어지며 피선거권은 추기경이나 주교가 아닌 사제(신부)도 갖게 된다(하지만 대부분 교황은 추기경 출신). 80세 미만 추기경은 현재 모두 119명이며 우리나라의 유일한 김수환 추기경은 1922년 생으로 여든을 넘어 선출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장례 절차에는 참여할 수 있다.

선거는 바티칸 교황청의 시스티나 경당에서 비밀투표로 치러지며 여기서 전체 투표의 3분의 2 이상을 얻어야 교황이 된다. 첫날은 오전 한 차례 투표만 있으나 다음날부터 사흘 동안은 오전과 오후 두 차례씩 알맞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투표한다. 물론 입후보는 없다.

콘클라베에서는 포도주와 물과 빵만 주어지며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 라디오는 물론 전화나 신호 등을 주고받지 못하는 등 바깥세계와 완전 단절된 채 지내야 한다. 그래도 교황이 나오지 않으면 과반수 득표자가 교황 ‘후보’로 선출된다.(최다 득표자 2명을 두고 하는 투표도 마찬가지다)

교황청은 이 교황 후보에게 투표 결과를 건네며 수락 여부를 묻고 교황이 되면 어떤 이름을 쓸지를 받아낸다. 교황의 권능은 승낙하는 순간 발효한다. 이 때 시스티나 경당의 굴뚝에서는 투표용지를 태운 흰 연기가 나오는데 이전 미결 상태서는 검은 연기만 내보낼 수 있다.

수석 추기경은 로마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와 “천상의 기쁨으로 내가 선언하노니 교황께서 선출되셨도다”고 발표하고 새 교황은 “이 도시와 세계를 위하여”라는 선언으로 첫 직무를 수행한다.

△다음 교황은 누구?

요한 바오로 2세는 폴란드 출신이다. 455년만에 나온 비(非)이탈리아 출신 교황이었다. 이를 두고 가톨릭 안에서는 이탈리아 출신 교황의 전통을 살려야 한다는 주장과 갈수록 교세가 늘고 있는 아프리카나 최대 신자를 자랑하는 중남미 출신이 교황을 이어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하고 있다.

교황청 연감에 따르면 교황(Pope)은 로마의 주교, 예수 그리스도의 대리자, 사도의 우두머리인 베드로의 후계자로서 세계 가톨릭의 수장일 뿐 아니라 서유럽 총대주교, 이탈리아의 수석 대주교 로마 관구 대주교이자 수도 대주교, 바티칸의 주권자로 규정돼 있다.

교황 후보 거론…이탈리아 출신 여부 논란

이런 권한을 가질 다음 교황감으로는 이탈리아 출신 가운데 안젤로 소다노(77) 교황청 국무장관과 디오지니 테타만치(70) 밀라노 대주교, 안젤라 스콜라(63) 베네치아 총대주교 등이 거론된다.

또 아프리카나 라틴아메리카 출신 가운데서는 나이지리아 사람으로 교황청 신앙성성 수장 프란시스 아린제(72) 추기경과 브라질의 클라디오 흄즈(70) 상파울루 대주교, 그리고 아르헨티나 호르헤 마리오 베르호흘리오(68) 추기경 등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003년 11월 출판된 <교황 선출 과정 ‘콘클라베’>(가산출판사)라는 책이 요한 바오로 2세의 선종을 맞아 새삼스럽게 관심을 끌고 있다.

당시 미국의 가톨릭 주간지 <내셔널 가톨릭 리포트>의 바티칸 특파원이던 존 앨런 주니어(John Allen Jr.)가 쓴 이 책은 교황의 선출 과정과 함께 제265대 교황으로 어느 누가 유력한지를 분석하고 있다.

이 책은 아린제를 비롯한 아프리카 출신 추기경 2명과 흄즈를 포함한 중남미 출신 추기경 6명, 그리고 서유럽 출신 8명과 동유럽 출신 추기경 2명 등 모두 18명을 유력한 교황 후보로 꼽았다.

또 이 책에 따르면 추기경단 안에 이른바 정파도 있는데 이를테면 ‘경계 순찰파’와 ‘세상의 소금파’, ‘개혁파’ 등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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