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지켜보겠지만…” 수성 대책 마련 골몰

하이트맥주가 소주업계 1위인 진로 인수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됨에 따라 국내 주류시장에 엄청난 판도변화가 예상된다.

특히 마산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하이트맥주가 도내에 탄탄한 유통망을 갖추고 있어 하이트의 유통망을 통해 진로를 공급할 경우 도내 소주시장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도내 소주시장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주)무학은 이번 결과를 충격으로 받아들이면서 곧바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무학은 휴일인 3일 전 간부가 출근해 긴급대책회의를 갖고 ‘화이트’라는 브랜드 자체의 힘을 강화시킨다는 기본적 원칙 아래 대응책을 찾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학 관계자는 이날 “일단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지 않겠냐”며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경우 이 지역에 공세를 강화할 것은 당연한 일이고 그에 따라 적절한 대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은 “마산에 하이트맥주 공장이 있어 인근 맥주시장을 거의 장악하고 있는 상황인데 여기에 하이트를 등에 업은 진로가 뛰어든다면 무학으로서는 당연히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쉬운 영업을 해왔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인 경쟁영업이 되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러나 도내 주류업계 관계자는 “진로가 이전에도 영남권을 공략대상으로 삼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온 적이 있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소주시장은 향토업체에 대한 소비자의 충성도가 매우 강한 업종이라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하더라도 시장 공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마산 진전면에 있는 진로 마산공장의 직원은 “매각이 성사돼 회사가 정상화되는 것은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CJ나 대한전선에 비해 하이트맥주가 좋은 조건은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아직은 매각이 성사된 단계가 아니어서 그런지 직원들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진로의 매각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지난달 30일 입찰 결과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1일 발표했으며, 입찰금액 3조1000여억원을 써낸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은 하이트맥주와 교원공제회·군인공제회·산업은행의 사모투자전문회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예비협상대상자로는 CJ·두산·대한전선 컨소시엄 세 곳이 선정돼 우선협상대상자의 인수 협상에 문제가 생길 경우 차순위로 인수에 나서게 된다.

진로의 정리계획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1개월 안에 MOU(양해각서)를 체결하고 그 다음 3개월 내에 본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돼 있어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인수한다면 올 7월안에 매각절차가 끝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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