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인사 뇌물사건 등 갓 개업한 법관 출신 변호사에 쏠려

“어차피 변호사가 돈 벌기는 법복 벗고 1년이 아닙니까?” 지역 법조계에 ‘전관예우’ 관행이 아직도 있을까, 없을까?

이른바 전관예우(前官禮遇)란 전직 판사 또는 검사로 있다가 개업한 변호사가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이 내려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이같은 전관예우가 합리적이지 않은데다 지켜보는 눈이 많은만큼 갈수록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는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 전관예우가 나름대로 남아 있음을 짐작하게 해주는 일도 있다. 바로 지역 사회 중요인물들과 관련된 재판을 수임한 변호사들의 이름이다.

지난달 24일 뇌물로 1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석형 마산시의원 재판의 대리인은 백승엽 변호사로 돼 있다.

창원지방법원 기록에 따르면 백 변호사는 지난달 28일 사건자료 열람과 등사 신청을 했는데, 그는 올 2월까지 창원지방법원에서 법관으로 일하다가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백 변호사는 또 뇌물을 요구한 혐의로 김 의원과 함께 기소된 박모씨의 변론도 함께 맡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남편인 한나라당 김정부(마산갑) 국회의원의 당선을 위해 2억900만원에 이르는 돈을 불법으로 뿌린 혐의를 받고 있는 정모씨의 변호인도 마찬가지로 ‘전관(前官)’이다.

지난해 8월 26일 기소된 정씨는 여태껏 도피 생활을 하면서 법정에 나타나지 않고 있는데 올 2월까지 오랫동안 선임을 않다가 3월에는 변호인을 두 차례 선임했다.

앞서 김익하 변호사가 18일 선임계를 냈다가 24일 사임했으며 뒤이어 30일 김재상 변호사가 사건을 맡았다. 김재상 변호사는 올 2월 창원지법에서 법복을 벗고 변호사로 나섰다.

황철곤 마산시장의 뇌물사건도 이처럼 최근 개업한 변호사가 맡고 있다. 최모 변호사와 함께 김대영 변호사가 선임돼 있으며 황 시장이 불구속 기소된 1월 21일 시점에서 볼 때 전관이라는 말에 가장 걸맞은 인물이었다. 김 변호사는 2004년 2월까지 창원지법에서 법관으로 있다가 법복을 벗고 창원지방변호사회 소속 변호사로 탈바꿈했다.

줄긴 했지만 공공연히 성사…변호사법도 때론 무용지물

김 변호사는 이밖에도 황 시장보다 앞선 지난해 11월 5일 불구속 기소된 김종규 창녕군수의 뇌물사건도 수임했으며, 2004년 11월 11일 마찬가지로 불구속 기소된 배영우 창원시의회 의장의 뇌물 공여 사건도 함께 맡았다.

이런 현실을 두고 지역 법조계에서는 ‘전관예우’가 사라지지 않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관예우가 없어졌다면 주요 형사재판이 갓 개업한 법관 출신 변호사에게 쏠릴 까닭이 없으며, 오히려 경험과 지식과 능력이 뛰어난 변호사가 더 많이 수임해야 맞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는 3일 이를 두고 “예전처럼 공공연하게 이뤄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전관예우가 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며 “갈수록 줄기는 하지만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다른 법률사무소 관계자도 이날 “일반 변호사는 형사 사건 하나에 수임료를 200만~300만원을 받는데 전관 변호사는 적어도 500만원 이상을 받는다. 모르고 전관을 찾아서 사건을 맡기는 일도 있겠지만 아무 효과도 볼 수 없는데 그렇게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판·검사로 재직하던 전관 변호사가 개업 후 2년 동안은 퇴임 전 소속됐던 법원이나 검찰청의 형사 사건을 수임할 수 없게’ 한 변호사법도 무용지물일 때가 없지 않다.

못 맡게 한 해당 형사 사건을 맡으면 법원은 재판부를 특별부로 바꾸게 되는데 이 특별부에 전관 변호사와 아는 법관이 있으면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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