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익 도로공사 감사, "박선호 전 의전과장에게서 들었다"

이상익 도로공사 감사.
“김형욱 전 중앙정보부장은 청와대 지하실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직접 피살됐다.”
최근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위원장 오충일 목사)가 김형욱 실종사건을 조사대상에 포함시켜 관심을 끌고 있는 가운데, 박 전 대통령 시해사건의 범인 중 한명인 박선호 전 중앙정보부 의전과장의 증언이 나와 새롭게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도로공사 이상익 감사는 최근 기자와 전화인터뷰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직후인 79년 11월 24일‘명동 YWCA 위장결혼 사건’으로 투옥돼 수감중이던 서울구치소에서 박선호 전 의전과장을 통해 들었다”면서 ‘청와대 지하실 피살설’을 재차 제기했다.

74년 민청학련 사건으로도 투옥된 바 있는 이상익 감사는 이같은 증언을 지난 96년 발간한 자신의 자서전 <저, 이상익입니다>(도서출판 학민사)에서도 자세히 밝힌 바 있다.

이 감사는 “당시 구치소 안에서 면회 대기 중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심복이었던 박선호 과장을 세번 만났는데,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김형욱이 청와대 지하실에서 피살된 것이 틀림없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들은 게 확실하다”고 말했다.

‘박선호 전 의전과장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이 감사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에게 직접 들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 감사에 따르면 당시 중앙정보부는 프랑스에 가 있는 김형욱을 쫓아 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납치, 감쪽같이 비행기 짐짝에 실어 한국으로 공수했고, 청와대 지하실에서 온몸이 묶인 채 박정희 전 대통령 앞에 놓여졌다는 것.

분노한 박 전 대통령은 김형국의 뺨을 후려치면서 ‘배신자’로 몰아세웠고, 이 말끝에 김형욱은 “나는 당신을 배반했지만 조국을 배반하진 않았소”라고 응수했다는 것. 이에 분노한 박 전 대통령이 옆에 있던 차지철 경호실장의 권총을 뽑아 들고 직접 김형욱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는 게 박선호 전 의전과장의 증언 요지다.

이상익 감사는 이와 함께 “박선호 과장에게 이같은 증언을 들은 지 3개월쯤 뒤 나와 동일사건으로 구속돼 대전교도소에 같이 이감됐던 3공화국의 거물이자 당시 국회의원과 공화당 재경위원장을 지냈던 전 서울신문 사장 양순직으로부터 또다시 같은 증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국정원 과거사 위원회 오충일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인터넷언론인 포럼에 참석해 “(김형욱 실종사건 등) 국정원 과거사건은 관련자들의 양심고백이 진실규명의 지름길이지만 아직 사회적 분위기가 그만큼 무르익지 않아서 안타깝다”고 말한 바 있다.

또 김형욱씨의 맏며느리인 제니퍼 경옥 김(49)씨도 최근 이와 관련, 한 언론사와 전화인터뷰에서 “아버님이 한국으로 납치돼 피살됐다는 얘기를 남편으로부터 들었다”고 증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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