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모집배제, 특목고 유리할 듯


서울대가 7일 발표한 2002학년도 입시세부안에서 재수생의 수시모집 지원자격을 대폭 제한함에 따라 그동안 일각에서 제기됐던 재수생 배제 논란이 재현, 재수생의 불만이 고조되는 한편 서울대 수시모집을 목표로 준비해 온 일부 학원가에 비상이 걸렸다.

수시모집을 재학생에게만 개방하는 연세대에 이어 서울대에서도 재수생의 수시모집을 제한허용키로 함에 따라 고득점 재수생들은 대거 정시모집쪽으로 방향을 틀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서울시내 학원가에 따르면 이들 학원은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서울대 수시모집을 앞두고 당락의 주요변수로 점쳐지는 심층면접 및 구술고사 수업을 별도로 집중강화하는 등 준비를 기해왔지만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지난 1월17일 발표한 서울대 입시안에서 특정특기를 갖춘 수험생에 한해 수시모집시 재수생과 검정고시 출신에게도 지원자격을 제공한다고 밝힘에 따라 사실상 재수생에게도 수시모집의 문호가 개방된다고 판단했던 것.

그러나 7일 예정보다 두달 가까이 늦게 뚜껑이 열린 서울대 세부입시안에 따르면 재수생이나 검정고시 출신의 경우 지원자격이 서울대에서 인정하는 특정 경시대회 입상경력자로 제한돼 있어 사실상 재수생의 입시문턱은 매우 높아진 꼴이 됐다.

실제로 서울대에서 인정하는 23개 경시대회 전체수상자 수는 1천명선을 밑돌것으로 보이는데다 경시대회의 일종으로 서울대가 올해 개최하는 영어 및 5개 외국어시험조차 재수생에게는 문호가 닫혀있어 수시모집 자격기준을 채울 수 있는 재수생은 극소수가 될 전망이다.

결국 대부분의 재수생은 정시모집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이에 따라 학원가에서는 서울대가 재수생 자격기준을 애매모호하게 설정, 기대감만 잔뜩 심어줬다 뒤늦게 제한의 폭을 강화해 재수생들에게 혼란만 가중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한 입시전문가는 “사실상의 재수생 봉쇄로 서울대 수시모집에 희망을 걸고 나름대로 준비해 왔던 고득점 재수생들이 정시쪽으로 방향을 틀 수 밖에 없다”며 “신입생들의 심각한 학력저하가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우수학생을 유치하겠다고 하면서 굳이 재수생을 배제하는 것은 형평에 맞지않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세부안에서 재학생에게만 지원자격이 열려있는 교과성적 우수자 자격과는 별도로 경시대회 입상자격이 마련돼 그동안 내신성적이 불리해 원서조차 못내고 발길을 돌려야 했던 외국어고와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는 일단 숨통이 트였다는 분위기다. 외국어경시대회와 수학 및 과학분야 관련 올림피아드 경시대회 입상경력과 관련, 특목고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어 수시 1단계 전형과정에서 50% 반영되는 학생부에서 불리하다고 해도 문턱은 훨씬 낮아진 셈이 됐다.

서울시내 모과학고의 3학년 교사는“이번 서울대 수시모집에서 교과성적 우수자격을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으로 완화, 경시대회 자격을 별도로 마련함으로써 상대적으로 특목고 학생들에게는 숨통이 트인 셈”이라며 “내신상의 불이익도 심층면접과 구술 등을 통해 상당부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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