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생 2년 진우의 일기장


‘학교엘 갔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다…피아노학원에서 피아노를 쳤고, 미술학원에서 달나라 그림을 그렸다…태권도학원에서는 참 재미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 진우의 일기장은 매일 똑 같은 내용으로 채워진다. 하루는 학교가 등장하고 또 하루는 피아노학원.미술학원.태권도학원이 번갈아 가며 등장할 뿐 매번 어디어디 학원에서 어떻게 재미있었다는 얘기가 일기장의 전부다.

그도 그럴 것이 진우의 하루 중 오전시간은 학교에서, 오후시간은 전부 학원에서 보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 학교수업을 마친 진우가 처음으로 들르는 곳은 집 가까이 있는 피아노학원이다.

학원차량이 학교정문까지 진우를 데리러 온다. 2시간동안 피아노를 배우고 나면 다음은 미술학원차가 피아노학원 앞에까지 와서 또 기다린다. 마지막으로 들르는 태권도학원도 학원버스가 곧장 데려 가긴 마찬가지.

이렇게 학원 세 곳을 마치고 진우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후 6시30분을 훌쩍 넘긴다. 보통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9시 정도고 집에 도착해서 학습지 하나를 하는 시간을 빼면 바깥에서 친구와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다.

진우 어머니 김정희(가명.35)씨는 “진우가 피아노나 미술.태권도 학원에 가는 것을 싫어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위에 또래 아이들이 최소한 두 군데 이상 다니는 걸 보면 왠지 시키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라며 아이가 학원을 다닐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은근히 주위탓으로 돌린다.

진우가 다른 또래의 아이들에 비해 많은 학원을 다니는 편이기는 하나 ‘학원없는 초등학생의 하루’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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