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랑대로 하늘 재기지…누구는 실꾸리 들고 하늘 쟀담.”(박경리의 〈토지〉중) 바지랑대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을 비유하는 말이다.

‘바지랑대’는 빨랫줄을 받치는 장대.간이대 즉 긴 막대기이다. 흔히 무엇을 버티거나 물건을 나르기 위해 걸치는 ‘작대기’와 혼동해서 쓰이기도 한다. ‘장대 들고 막대 짚고, 뒷동산으로’에서 앞의 장대 즉, 바지랑대와 작대기는 크기와 쓰이는 데가 다르다. 대나 나무로 다듬어서 만들기는 했으나 앞엣것은 길고 뒤엣것은 1~2m로 짧다. 예로 지겟작대기 같은 것이 있다.

60년대 이전 시골 농가에서는 마당이나 텃밭 언저리에 빨랫줄을 매어 바지랑대로 받쳐, 서답(빨래)을 말리는 풍경을 많이 보았다. 지금은 아파트 안에 빨래 걸이를 놓거나 매달아 놓고 있다. 또 먼지 때문에 밖에서는 널어 말리지도 못한다.

빨랫줄이 없으니 바지랑대는 자연 소용없게 되고, 용도가 달라지게 되었다. 높은 과일나무의 과일을 따는데, 또는 무거운 것을 운반하는데 꿰어 메는 작대기로 쓴다.

ㅎ씨는 강 언덕을 뒷동산으로 하여 살았는데, 아들만 여럿이었다. 이들은 어머니를 도와 물통을 바지랑대로 앞뒤 꿰 메어서는 강물을 길어 언덕을 넘어 오가며 힘들게 살았다. 뒷날 아들의 키가 고만고만한 것은 바지랑대에 치어 눌려서 크지 않았다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한자가 쓰이기 이전 조상들은 ‘바지랑대’라는 말을 했었다. 한자 쓰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바지랑대를 괘간(掛竿) 혹은 장간(長竿)이라 하였으나 순수 우리말 ‘바지랑대’와는 다른 것이라 하겠다.

하늘 높고 푸른 해맑은 가을 한나절, 빨래는 포실포실 마르고, 바지랑대 끝에는 노란 고추잠자리가 찰싹 붙어 눈알을 요리조리 굴리고 있는 풍경이 있었다. ‘바지랑대’란 말의 형식인 소리, 내용인 뜻엔 여인들의 정갈함과 부지런함이 배어 있는 것 같아 말맛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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