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택(25.삼성증권)이 마침내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결승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룩했다.

8번시드(세계랭킹 81위) 이형택은 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US클레이코트챔피언십(총상금 35만달러) 단식 준결승에서 4번시드(세계 73위)인 미할 타바라(체코)에 2-1(4-6 6-2 6-1)로 역전승했다고 알려왔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선수가 프로 투어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형택이 처음이다. 한국은 남자부의 이형택이 지난해 말 삼성오픈에서, 여자는 박성희(은퇴)가 94년 인도네시아오픈에서 각각 준결승에 오른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지난해 US오픈에서 16강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했던 이형택은 이로써 상금 2만7000달러와 함께 랭킹포인트 120점을 확보, 다음주 엔트리시스템 랭킹이 60위권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비로 중단됐다 속개된 앤디 로딕(미국)과 제롬 골마르(프랑스)의 4강전에서는 로딕이 접전 끝에 2-0(7-6<3> 7-6<2>)으로 승리했고 이형택은 로딕과 7일 새벽 3시께 우승컵을 놓고 다투게 됐다. 전날 8강전에서 세계랭킹 59위 앤드루 일리(호주)를 2-1로 물리치고 자신감을 회복한 이형택은 이날 스트로크가 여전히 위력적이었고 수비에 이은 기습공격으로 경기를 주도하는 등 경기를 치를수록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휴스턴 총영사를 포함한 100여 교민들의 열렬한 응원 속에 맞은 첫 세트에서 이형택은 성급한 공격으로 상대에게 허점을 보이며 게임스코어 2-2에서 주도권을 뺏겨4-6으로 졌다.

2세트 들어서도 1-2까지 밀리던 이형택은 전날 일리와의 경기 때 했던 것처럼착실한 수비로 기회를 노리는 역습작전으로 맞서며 경기의 흐름을 바꾸기 시작했다.

오른 쪽으로 오는 공은 강한 포핸드스트로크로 공략했고 왼쪽으로 오면 백핸드슬라이스로 일단 공을 넘긴 뒤 발리 등 적극적인 공격으로 점수를 보태며 5게임을내리 따내 6-2로 승리,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형택은 마지막 세트에서는 기세가 꺾인 타바라를 일방적으로 몰아 붙여 단 1게임만 내주는 완벽한 승리를 거뒀다.

이상윤 삼성증권 코치는 "이번 대회들어 백핸드슬라이스를 적절히 사용하는 작전이 효과를 보고 있다"며 "스트로크와 발리가 출전 선수 중 최고 수준이어서 우승까지도 노릴 만하다"고 말했다.

주원홍 삼성증권 감독도 "이번에는 기쁜 소식이 있을 것 같다"며 "형택이도 '좋은 기회가 왔으니 우승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형택과 패권을 다툴 로딕은 피트 샘프라스의 대를 이을 미국의 차세대 유망주로 꼽히는 선수로, 19세 밖에 안됐지만 투어 데뷔 1년도 안돼 세계랭킹이 69위까지오를 정도로 기량의 성장 속도가 빨라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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