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올림픽…오늘도 그 꿈을 꾸죠”

“이제 대학생이 됐으니 성인 무대에서도 챔피언 먹어야죠.”
지난해 전국체전을 포함 각종 전국대회 4관 왕에 빛나는 ‘작은 거인’김효건(형제복싱체육관·마산대 입학예정) 선수. 12일 마산 형제복싱체육관에서 만난 그는 격투기 종목의 최강자보다는 스무 살의 새내기 대학생이 어울릴 정도로 앳된 모습이었다.
하지만 목표만큼은 당차 보였다.

김 선수는 “목표요? 당연히 올림픽 출전이죠. 2008년에 있을 베이징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는 겁니다. 그 길을 향해 새로운 모습으로 도전할 겁니다”며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그가 글러브와 인연을 맺게 된 건 중학교 1학년이던 99년. 당시 육상대회 출전선수에게는 수업을 빠질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혜택이 부러워 운동부의 문을 두드렸다.

소위 말해 ‘땡땡이’치려고 복싱을 시작한 셈. 일주일간의 짧은 연습 후에 뛴 스파링에서 ‘KO’패 당하지 않고 판정까지 간 게 복싱을 지금껏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그는 “처음 뛴 시합에서 링에 뻗지 않은 게 기적이었죠. 상대 선수 얼굴보다는 펀치가 더 많이 보였다니까요”라며 “이후 동계훈련을 정말 열심히 하다보니 복싱에 조금 소질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라고 말했다.

지금도 사천에 있는 고향집에 가면 10개가 넘는 메달이 그의 방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그 중에서 지난해만 메달을 4개나 땄으니 이제부터 그의 복싱인생은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오는 3월이면 김 선수는 대학생 복서가 된다. 고교시절 운동하느라 게을리 한 공부도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단다.

김효건 선수는 “레저스포츠학과에 진학하는 만큼 복싱 이외에 골프나 테이핑 요법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접해보고 싶다”면서 “기회가 주어진다면 소개팅도 해보고 싶죠”라며 싱긋이 웃었다.

또 요즘은 한창 싸이(미니 홈피)에 빠져 일일이 댓글을 달고 일촌 순회하는 것도 일상이 돼 버렸다. 일촌만 해도 무려 160명이나 되고 그 중에 여성 팬이 절반이 넘는다고….
원래 ‘복싱’이라는 게 치고 받는 종목이라 혹 자신의 인생도 그렇지나 않을까 싶어 물었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흔히들 복싱선수라 하면 좀 과격하게 생각하잖아요. 근데 안 그래요. 누나 밑에서 커서 그런지 성격도 조용하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좀 꺼려요.”

그의 숙식을 책임지고 있는 김호상 관장도 “집에 가면 애들이 있는 줄 없는 줄 모를 만큼 절간 분위기”라며 “운동하는 애치고는 ‘깡’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 정도”라고 말했다.

하지만 링에 오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 파이팅이 되살아나는 그다.
한창 노는 것에 익숙한 나이지만 자신의 미래를 얘기할 때면 어른스러움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김 선수는 “철저한 관리만 있다면 서른 넘어서까지 운동은 계속하고 싶다”면서 “재학 시절 좋은 성적을 내 상무에 입대하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성인무대에 첫 발을 디디게 된 올 해 김효건 선수의 꿈은 김정주(원주시청·아테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선수를 한번 이겨보는 것이다.

“좋아하는 형인데 체격조건도 비슷해요. 이제 대학생이 됐으니 한번 겨뤄서 이겨보고 싶어요.”
챔피언을 향한 그의 꿈은 도전할 상대가 있어 더욱 값져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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