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과 구단이 팽팽하게 맞서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프로야구 선수협의회 파동은 선수협의 사단법인 설립 인정 문제로 집약된다.



8개 구단 사장들은 선수협이 사단법인을 설립할 경우 프로야구 활동을 중단하겠다고 강경 대응했고 선수협은 사단법인 설립을 인정해주지 않으면 단체훈련을 거부하겠다며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선수들이 이처럼 강력하게 원하고 구단들이 극력 반대하고 있는 선수협의 사단법인화는 이번 사태의 핵심 과제인 셈이다.



비영리 단체인 사단법인은 법률 행위의 주체로써 법적 인격을 갖고 재산과 사람·공익성 등의 구성요건만 갖추면 문화관광부로 등으로부터 설립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선수협은 사람과 공익성은 이미 확보했고 사단법인 재산도 통상 1억원 정도면 허가를 받을 수 있어 거액의 연봉을 받는 선수들로써는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사단법인 설립을 강행하면 허가를 받는데는 큰 문제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선수협이 사단법인으로 재탄생하면 구단을 대표하는 사단법인인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갖게 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단들도 프로야구 운영 전반에 걸쳐 이슈가 발생할 경우 선수 개개인이 아니라 선수협과 협상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만 한다.



실제로 경마의 경우 사단법인 설립에 성공한 서울경마장 기수협회가 마주협회에 대응해 무시할 수 없는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거액의 적자를 감수하고 프로야구를 하고 있는 구단들로써는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단법인 설립 이후다. 선수협은 사단법인 설립 이후 계획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구단들은 사단법인 선수협이 선수노조로 발전할 수 있다는데 우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도 처음에는 사단법인이었지만 선수노조로 바뀌었다.



선수노조가 설립되면 사단법인과 달리 정당한 절차에 따라 파업권과 단체행동권을 법적으로 보장받기 때문에 구단들로써는 선수들이 동등한 대화 파트너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조들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대기업들이 선수노조의 싹이 될 수 있는 선수협의 사단법인 설립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결국 선수들과 구단들이 선수협의 사단법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이번 파동이 가라 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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