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IMF 1년차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다. 26일 1250원대를 돌파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지난 98년 11월20일의 1263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게다가 내년 초엔 1300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금융전문가도 있다. 최근의 구조조정의 지연·부실로 인한 금융시장의 불안정으로 주식시장이 지수 500선으로 무너져 내리더니 이번에는 환율 차례인가보다. 증시 주변여건의 악화로 올해 초 358조원이나 되던 시가총액이 연말에 188조원으로 떨어졌고, 코스닥도 총액 96조원이던 것이 31조원으로 67.7% 감소했다. 이 두군데에서만 한햇동안 236조원이나 되는 돈이 허공으로 사라진 셈이다. 이제 주식시장이 장을 마감하였으니 경제 현황이 투영될 곳은 외환시장일 것이고, 바로 그 외환시장의 동향이 심상찮은 것이다.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이렇게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무엇보다 시장참여자들이 경제에 대한 불안감으로 달러화에 과도하게 집착하기 때문이다. 즉, 한편에서는 달러화 공급요인인 기업체 네고물량이 곧 바로 거주자 외화예금으로 들어가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기업체들이 내년에 수입결제할 달러의 물량까지 미리 사두기 경쟁을 하고 있어 달러화 수요가 더욱 커진다는 의미이다. 게다가 환차익을 노린 개인도 달러화 사재기에 가담해 현물시장은 물론 선물시장에까지 몰려들고 있다. 재삼 강조하거니와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처럼 시장 참여자들의 심리적 동요이다. 아무리 유수한 경제학자나 정부관료들이 현재의 여건으로 보아 더 이상 환율이 오를 이유가 없다고 설명하더라도 시장 참여자들이 이를 믿지않고 동요한다면 환율은 오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마디로 현재의 금융불안정과 구조조정의 표류에 따른 심리적 동요가 지금의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최근 경제학자들이 구조조정지연으로 경기부양책이 늦어지면 한국경제가 다시 위기를 맞을 수 있는 징후들이 떼를 지어 나타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우리들이 이 지속적인 원화추락에 불안을 느끼는 이유는 이것이 곧 그런 징후 중의 하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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