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구간 오곡재부터 발산재까지는 유난히도 소나무가 많다. 그것도 ‘쭉쭉빵빵’ 늘씬한 소나무들이 서로 껴안거나, 질투하며 등지고 섰다.



번 구간에는 도의회에서 7명(한갑현·이준화·박종수·이명희·지현철·박필선·허현숙)의 정맥꾼이 참여해 참가자의 3분의 1을 차지했고, 내년부터 낙남정맥을 타기 위해 미리 답사하러 왔다는 갈마산악회원(최백림·최덕현·최경철·안병석·박영순) 5명과 기존의 정맥꾼(박일·정영오·김부곤·안봉호) 4명, 아이들(정한슬·정한힘·황인준) 3명, 김병곤·송재득씨와 필수요원 3명 등 총 24명이 정맥에 올랐다.



일기예보와는 달리 포근한 날씨라 옷을 두텁게 입은 이들은 복장조절에 ‘실패’했다. 오곡재에서 출발해 걷는 길은 잡목이 무성하다. 522.9m봉까지 오르는 동안 ‘침묵산행’이 계속된다. 김병곤 대장의 의도대로 정맥을 느끼려고 침묵한다기보다는 오르기가 버거워 말을 못하는 것이다. 게다가 ‘카수’ 강정철씨가 오지않아 산행 내내 ‘도민방송’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늘 시야가 막혀있다가 조금만 경치가 보일라치면 정맥꾼들은 함성을 질러댄다. “아야~!” “아으아~” “으아아~” “야~호~”. 박일(33·진일설비)씨의 함성이 기막히다. “어디 아프세요· ‘아야’가 뭐예요·” “산들이 아프니까 나도 아파서 대신 ‘아야’라고 소리가 나오는 겁니더.” 재치있는 기발한 답변이다.



“이 곳(522.9m봉)부터는 낙남정맥의 마루금(능선) 중 유일하게 남하하는 지점입니다.” 별다른 오르막 없이 잔잔하게 내려갔다 올라갔다 하니까 진짜 ‘트레킹’하는 기분이다. “이번 코스같으면 나를 안내조로 좀 넣어주이소.” 이명희(52·도의회 총무담당관실 자료담당)씨가 너스레를 떤다.



어느 묏자리 비스듬한 양지쪽에서 점심을 먹는다. 처음 참가한 지현철(도의회 총무담당관실 공보담당)씨가 지난 구간때 한갑현 도의원(경제환경문화위원장)이 인심썼던 송이주로 안면을 트기 시작한다. 추운 기운이 등허리를 감싸오자 정맥꾼들은 하나 둘 일어섰고 발산재로 향했다. 기존의 정맥꾼들과 합류하기가 어색했는지 따로 점심을 한 갈마산악회원들도 뒤를 따랐다.



나무의 향연이 눈부시다. ‘여름이면 더 좋은 코스겠다’ 싶다가 얼굴을 따갑게 스치는 잔가지들에 나뭇잎이 붙으면 얼마나 발걸음을 괴롭힐까 생각하니 겨울에 이 구간을 지나게 된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정영오씨는 촘촘히 자라면서 정글의 법칙에 의해 스스로 죽어버린 소나무들을 하나씩 쳐낸다. 공공근로자들이 죽은 소나무들을 제대로 잘라내지 않아 산은 본의아닌 신음을 또 하고 있었다.



“우와! 저렇게 큰 나무가 이 산골짝에 와 있노. 억수로 신기하네. 무슨 사연이 있는 나문가.” 시골마을 어귀의 수백년된 정자나무처럼 버티고 있는, 속살이 허연 나무가 정맥꾼들을 놀라게 했다. 영화 <단적비연수 designtimesp=19765>에서 마지막에 찾아간 신산에 서있던 은행나무같이 어떤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주인공 ‘비’가 죽어 나무속으로 들어가듯이 몇몇 정맥꾼은 이 이상야릇한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나무에 동화되었다.



발산재에 내려서기 전 진전면 다리골 근처 정맥에선 올가미덫에 동물이 아니라 사람이 잡힐 뻔했다. 덫을 제거하면서 인간의 무지함을 다시 반성하게 된다. 발산재에 내려서자마자 다음 구간의 첫지점이 허허벌판으로 시야에 포착됐다. 포클레인이 산을 신나게 깎고 있는데, 그 산을 우리가 가로질러 넘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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