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제로 나라가 초비상이다. 수능부정사건으로 국가의 공신력이 땅에 떨어지고 거국적인 행사가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전국 16개 시·도 교육감들은 지난 10일 대입 수능시험 부정사태와 관련, 이번 사태를 “학벌주의와 성적지상주의, 시험 감독·관리의 책무성 소홀 등 교육본질의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밝혔다. 전국시도교육감들은 앞으로 “남과 더불어 사는 바른 품성을 지닌 인간 육성과 지속적 자정운동,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학교문화 정립, 그리고 공정한 학업성적 관리체제 구축으로 교육을 바로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등이 승자가 되는 게임은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휴대전화 메시지를 활용해 정답을 전송하고 대리시험도 마다 않는 ‘부정불감증’은 학문을 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이겨야 산다는 생존 게임이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수험생의 도덕불감증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점수 몇 점으로 사람의 가치까지 서열화하는 일등지상주의가 학교교육을 망치고 그것도 모자라 청소년들을 범법자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지경이 된 후에야 교육수장들의 겉치레 반성은 국민들의 울분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더더구나 이해 못할 일은 그들이 내놓은 교육 살리기 진단이 전혀 해결책이 아니라는데 있다.
‘여론의 불똥이 꺼지면 그만’이라는 식의 임기응변으로는 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만신창이 된 수능제도부터 폐지해야 한다. 이와 함께 학교가 시험준비를 하는 곳이 아닌 교육하는 곳으로 바꾸어야 한다.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문제풀이를 하는 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으로서 역할을 할 수가 없다. 학교가 교육하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할 수 있는 여건부터 마련해야 한다. 일등만이 승자가 되는 학교에서는 끝없는 경쟁이 있을 뿐 교육다운 교육이란 불가능하다. 교육수장들이 진정으로 ‘남과 더불어 사는 바른 품성을 지닌 인간을 육성’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학벌과 대학서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교육 없는 학교에서 어떻게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학교문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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