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계적 훈련·일정 관리 한국도 삼바축구 배워야”

90년대 최고의 테크니션· 당대 최고의 발재간. 화려한 개인기와 득점력….
지난 92년 프로무대 은퇴 이후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고 있는 마산공고 이흥실(44) 감독을 수식하는 말이다.

10년이 넘게 한 팀을 맡다보니 혹여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고민과 선진축구를 배워오겠다는 야심찬 뜻을 품고 3개월간의 브라질 연수를 다녀온 이 감독을 7일 만나봤다.

7일은 진주고와 마산공고의 연습경기가 있어 경기 후로 인터뷰를 늦췄다.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차가운 바람과 맞서고 있는 기자에게 ‘따뜻한 커피 한잔’을 권하면서 브라질 연수 보따리를 풀어놓았다.

이 감독의 브라질에서의 3개월은 대충대충이었다고(?). 물론 짜인 일정에 맞춰 배우는 모습은 그라운드를 누빌 때처럼 프로였지만, 음식이나 언어가 달라 그냥 대충 먹고 대충 말하고 지냈단다.

가장 먼저 이 감독의 눈을 휘둥그렇게 만든 것은 바로 축구 열기.

이 감독은 “그야말로 브라질의 축구는 격투기를 방불케 할 만큼 타이트하고, 몸싸움도 거칠었다”며 “이는 축구가 아니면 성공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인생역전’을 하려는 부단한 노력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브라질 선수들, 살아남기 위해 거친 몸싸움도 피하지 않아

또 청소년팀부터 프로팀 경기를 관전하면서 최고의 경지라 일컫는 1부 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몸 관리하는 것을 보고 놀랐단다.

조금만 방심해도 뒤처지는 상황이라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는 선수들을 보면서 브라질의 축구 인프라가 한 때 부러웠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3개월여에 걸친 브라질 연수기간 이 감독이 배운 건 뭘까?
이흥실 감독은 “프로팀 휘게렌스나 발메이라스 등의 선수관리나 훈련방법 등을 확실히 배우고 왔다”면서 “경기 일주일 전부터 체계적으로 훈련과 일정을 관리하는 모습은 우리도 배워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내년 정도면 마산공고 스타일도 삼바 축구가 되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냥 웃어넘겼다.
이 감독은 평소 선수들에게 화려한 개인기보다는 착실한 기본기를 강조한다. 그러면서도 예전에는 이름만 대면 어느 선수는 스피드, 또 어느 선수는 패스실력 할 정도로 특색 있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선수들이 모든 걸 잘해야 된다는 생각인지 특기가 없어진 것을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고교팀 감독으로서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국내 고교팀 3회 출전 제한 없어져야… ‘경남 FC’욕심 여전

이 감독은 “현재 3회 제한(일년에 3개 대회 이상 대회 출전을 막음) 때문에 성적을 내는 게 급선무가 돼 버렸다”며 “모든 학교가 마찬가지겠지만 성적을 내지 못하면 대학진학이나 프로팀에 학생들을 보내는 게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화제를 바꿔 경남 프로축구단에 대한 견해를 물어봤다. 프로축구단 얘기가 나오자마자 준비라도 한 듯 말문을 술술 열었다.

“전 경남만큼은 최고 인기구단으로 만들 수 있다고 봐요. 창단 초기 좋은 성적을 내긴 힘들겠지만 질 각오를 하고 홈경기는 전원공격처럼 화끈한 공격 플레이를 한다면 관중이 늘어나는 건 순식간일 걸요.”
이 감독의 경남프로축구단 시나리오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연간 입장권을 구입한 관중들에게는 (예를 들어) 녹색 수건을 나눠주는 거예요. 물론 판매도 하고 대여도 하고 그러면 그라운드나 관중석이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열광적이지 않을까요?”

이흥실 감독은 큰 욕심이 없다. 내년 계획도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고향인 경남에 프로축구단이 하나 생겼으면 하는 바람만큼은 욕심을 부리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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