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 놀라게 하는 ‘스무살의 신비’

‘슉~ 슉~ 얍.’

빠른 속도로 네트를 넘나드는 셔틀콕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순식간에 상대 코트에 내리 꽂히는 셔틀콕이 시속 200km가 넘는다는 사실이 또 한번 뇌리를 스친다.

2일 마산 올림픽 체육관에서 땀을 흠뻑 흘리며 5g도 채 되지 않는 셔틀콕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함효진(19·마산시청) 선수를 만나봤다.

전날 마산시청실업팀에서 국가대표로 발탁된 이가 있다는 얘길 전해듣고 주저 없이 인터뷰를 요청했었다. 훈련 도중 짬을 내 만난 함 선수와 대화를 나누면서 두 번 놀라고 말았다.

실업선수라면 왠지 강한 인상(?)일 거라는 선입견과 달리 앳되고 청순한 외모에 한 번 놀랐고, 나이에 걸맞지 않게 쏟아내는 배드민턴 사랑에 또 한번 놀라고 말았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대표팀에 가서 더 열심히 해야 절 가르치신 코치 선생님이나 언니들에게 떳떳할 수 있잖아요.” 다소 어른스러운 대표팀 발탁 소감을 전해들으면서 대화를 시작했다.

대구가 고향인 함 선수는 초등학교 시절 유난히 뜀박질을 잘 한다는 이유로 배드민턴을 접하게 됐다. 이후 소년체전과 전국체전 등에서 준우승하는 등 활약을 보이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고….

고교 졸업과 함께 마산시청 팀을 맡고 있는 노순미(49) 코치에 이끌려 난생 처음 마산과 인연을 맺게 됐고, 엊그제 국가대표로 발탁되는 행운도 얻었다.

배드민턴은 타 종목과 달리 대표 선발전이라는 게 없다. 협회에서 일년동안 꾸준히 경기를 지켜보고 결원이 생길 경우에 대표선수를 발탁한다. 그러다 보니 요령으로 대표로 선발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함 선수는 170cm의 큰 키에 남자선수 못지 않은 파워를 갖추고 있어 기량만 가다듬으면 언제든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을 인정받아 대표팀에 뽑혔다.

그는 “삼성전기의 (이)경원 언니나 (이)효정 언니와 호흡을 맞추고 싶어요. 저의 파워 있는 플레이와 경원 언니의 꼼꼼한 수비라면 올림픽 메달도 가능하지 않을까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하루 4번(새벽 오전 오후 야간)에 걸쳐 진행되는 강 훈련이 힘들지나 않을까? 일년에 한 달도 집에 가지 못하고 숙소생활을 해야하는 불만은 없을까?

이런 질문에 함 선수는 “요즘 실업팀에 와서 실력이 향상됐다는 얘길 자주 들어요. 그래서인지 훈련이 힘든 줄은 잘 모르겠어요”라며 의젓하게 답했다.
노 코치도 함효진 선수를 발탁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착실함과 의젓함이라고 했다.
노 코치는 “실업팀에 오면 좀 건방지게 행동하는 선수들도 있잖아요. 하지만 효진이는 늘 한결같은 모습 때문에 팀에서도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언니들이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고 잘 대해줘서 숙소생활도 너무 재밌다고 함 선수는 말했다.

배드민턴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지만 대화 도중 스무 살의 풋풋함도 묻어났다. 사진기자가 사진이 실물보다 예쁘게 나온다고 하자, ‘엄마 같은 코치와 딸 같은 선수’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노 코치가 “사진은 실제와 다를 수도 있다는 멘트 꼭 넣어주세요. 별로 예쁘지도 않은 데 사진보고 남성 팬들이 몰려들면 운동하는 데 지장 받을 수 있잖아요”라고 펀치를 날리자, 함효진 선수도 “그 멘트 넣으면 절대 안 돼요”라며 응수했다.

실제 둘은 함께 밥을 먹으러 가면 언제나 모녀지간으로 오해받을 만큼 절친한 사이라고.

오는 5일이면 함 선수는 ‘마산시청’유니폼에서 ‘KOREA’라는 옷으로 바꿔 입게 된다.

벌써부터 베이징 올림픽에서 활약하는 함효진 선수의 모습이 떠올려지는 건 성급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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