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 첫해를 맞아 과거와는 다른 국회상을 표방하며 출범했던 16대 국회의 첫해 활동은 한마디로 `낙제점'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지난 5월30일 임기 개시에 이어 6월5일 16대 국회 전반기 원구성을 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이후 여소야대 구도에 따른 여야간 당리당략적 대립과 마찰로 국회는 공전과 파행을 되풀이하는 등 극히 비효율적으로 운영됐다는 지적이다.



시민·사회단체들도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한데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여연대 양세진 시민감시부장은 “국회가 행정부 감시라는 본래의 목적보다는 정치선전의 장으로 악용됐다”면서 “국회는 국회법을 철저히 지키는 가운데 투명한 입법활동을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의 부실운영은 16대 국회 회기일인 211일 가운데 75일이나 공전돼 국회문을 열지 못한 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9월1일부터 12월9일까지 100일 회기로 열린 정기국회에서만 절반 가량인 45일을 허송했다.



여기에다 지난 63년 이후 처음 새해 예산안이 정기국회 회기 내에 처리되지 못하는 상황도 빚어졌고,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시급히 처리해야 할 공적자금도 국회동의를 받지 못하는 바람에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국회가 열릴 때마다 “여야간 반목을 접고 협상과 타협의 묘를 발휘해 달라”고 당부했으며, 특히 “국회가 경제의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가 첫 파행을 빚은 것은 지난 7월24일 자민련 원내교섭단체 만들기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의 운영위 강행처리 때문으로, 이날 이후 국회법 개정안의 원천무효를 둘러싼 여야의 지루한 대치가 계속됐다.



이후에도 총선수사에 대한 국정조사권 발동·검찰총장 탄핵소추안 처리·한빛은행 및 동방금고사건을 둘러싼 공방과 `북한노동당 2중대 발언' 등을 놓고 국회가 장·단기 공전사태를 빚었다.



그러나 16대 국회 첫해는 인사청문회법·금융지주회사법 등 307건의 법·의안을 처리, 15대 출범 때의 258건에 비해 크게 증가하는 등 의원들의 입법활동이 활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의원 제출법안의 경우 총 252건으로, 15대 때의 185건보다 대폭 늘어났는데 의원 정수가 15대 당시의 299명에서 273명으로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입법 활동이 더욱 두드러진다.



또 예결위를 상설화하고 의원제출 법안에 대한 책임성 강화를 위해 법안실명제를 실시하는 등 나름대로 제도 개선에 노력한 점도 눈에 띄고, 95%의 국정감사 출석률과 함께 국감을 하다 자정을 넘기는 사례도 속출하는 등 의원들의 높은 국감 열의가 돋보였다는 게 국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아울러 16대 국회 들어 헌정사상 처음 고위 공직자에 대한 인사 검증을 위해 이한동 총리서리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 국회의 행정부 감시기능을 강화한 것도 평가할만 하다.



이틀간 실시된 총리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청문위원들은 재산 형성과정의 의혹, 과거 말바꾸기 사례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관계기관의 부실한 자료제출과 정파간 이해관계 개입, 초점을 빗나간 질의 등으로 `청문회 한계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국회 예산 심의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예결특위 계수조정소위를 공개키로 했으나, 막판 세부내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여야간에 주고받기식 `밀실담합' 구태가 재연됐다는 지적도 따른다.



한편 국가보안법과 인권법·반부패기본법 등 각종 개혁입법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한 것도 16대 국회 첫해 활동의 흠결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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