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창동 골목 “Ven a mexico” “어서오세요 멕시코에”

태양과 선인장의 나라 멕시코는 마야, 아즈텍, 자포텍 등 화려한 고대 문화를 바탕으로 스페인 문화가 융합돼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냈다. 정열적이면서도 낙천적인 국민성을 가진 이 나라 국민들이 즐겨 먹는 음식은 한국인의 입맛에도 잘 어울린다. 멕시코 음식이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것은 90년대 초반으로 이 때부터 미국계 패밀리 레스토랑이 하나 둘씩 들어왔다. 각종 고추와 토마토 소스가 음식의 기본인 매콤한 맛의 멕시코 요리는 한국인의 기호와도 잘 어울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멕시코 전문 음식점이 서울에 있어 지방에서 멕시코 음식 맛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특히 정통 멕시코 요리를 맛본다는 것은 더 더욱 어렵다.

   
 
   
 
지역서 드문 정통의 맛 선보여


마산의 중심 상권인 창동 황금당 맞은 편 골목으로 50m 남짓 올라가면 ‘a 멕시코’라는 간판이 내 걸린 조그마한 가게가 나온다. 간판의 본래 뜻은 스페인어로 ‘오세요 멕시코(Ven a mexico)’인 이 가게는 지방에서는 드물게 정통 멕시코 요리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주방장 겸 사장인 노수걸(48)씨가 멕시코 요리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산이 고향인 노씨는 중고차매매업과 의류업을 하다가 지난 2000년 1월 과거 사업차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는 멕시코로 건너갔다. 현지에서 의류업을 크게 하고 있는 동생의 도움으로 역시 의류업에 종사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먹은 멕시코 음식 맛에 반해 ‘이거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업인 의류업을 제쳐두고 2년 과정의 요리전문학교인 ‘세사르 리츠(CESAR RITZ)’에 입학해 본격적으로 멕시코 음식 공부에 매달렸다. 평소 요리에는 전혀 문외한이었던 노씨에게 매콤하면서도 담백한 멕시코 음식은 일순간 인생의 항로를 바꿔놓은 셈이다.

사업차 방문해 요리에 푹 빠져

요리전문학교에서 1년 6개월간 멕시코, 스페인, 퓨전 요리 과정을 마친 노씨는 한국인의 입맛에 잘 어울리는 멕시코 음식으로 한국에 돌아가 승부수를 걸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지난해 멕시코인 부인과 딸아이를 현지에 남겨두고 혼자서 귀국 길에 올랐다. 한국에 돌아온 노씨는 현재의 위치에 가게를 내고 본격적으로 멕시코 음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생소한 음식에 찾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지만 20~30대 젊은층을 중심으로 단골 고객이 하나 둘씩 늘어갔다. 또 이미 멕시코 음식을 경험한 미국인 등 외국인들도 적지 않았다.
노씨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멕시코 음식 개발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멕시코 음식의 3대 재료인 옥수수와 콩, 고추를 바탕으로 20여 가지의 메뉴를 선보였지만 한국인의 입맛에는 옥수수로 만든 또르띠야(밀전병)보다 밀가루로 된 또르띠야가 잘 어울린다는 사실도 발견했다.

향신료·재료 현지서 공수

또르띠야는 우리나라의 밥과 같이 멕시코인의 주식으로 이 위에 다진 고기와 야채를 얹고 소스를 얹어 먹는 대표적인 멕시코 음식이다. 현재 노씨가 만들어 내고 있는 20여 가지의 멕시코 요리는 가급적 저렴한 가격에 술안주와 식사대용으로 손색이 없는 메뉴들이다. 대표적인 메뉴로 알람브레(ALAMBLE), 띵가(TINGA), 파히타(FAJITA) 등이 있다. 또르띠아에 싸서 먹는 알람브레 종류도 5가지가 넘는다. 돼지갈비, 닭 가슴살, 해물, 생소시지, 버섯 등을 넣어 한국인의 입맛에 잘 어울린다. 띵가는 튀긴 또르띠아 위에 닭고기 요리를 얹어서 먹는 메뉴이고, 파히타는 구운 닭 가슴살을 각종 야채와 함께 치즈를 녹여 또르띠아와 먹는 음식이다.
멕시코 요리 정통 코스를 밟은 주방장답게 노씨의 음식 철학은 ‘정통 멕시코 요리’와 ‘원칙이 있는 퓨전 요리’이다. 음식에 들어가는 각종 고추는 물론이고 향신료와 재료들을 모두 멕시코 현지에서 가져온 것으로 직접 만든다. 그러면서 다른 멕시코 레스토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메뉴인 알람브레, 띵가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한국인 입에 맞는 메뉴로 승부

올 5월에 한국으로 건너온 멕시코인 아내 로사 마리아와 딸이 가게 일을 거들면서 노씨가 제대로 멕시코 음식을 만들어 내고 있는 지 꼼꼼하게 맛을 본다.
멕시코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알코올 도수 38~40도의 독한 술 테킬라다. 마시는 방법이 특이해 최근 우리나라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널리 알려진 테킬라와 잘 어울리는 멕시코 음식도 노씨의 손끝에서 만들어내면 그 맛이 일품이다. 노씨는 앞으로 수 천 가지에 이르는 다양한 정통 멕시코 음식과 스페인 요리를 고향 사람들이 손쉽게 맛볼 수 있게 하고 우리나라와 멕시코 양국이 더 끈끈한 우정을 쌓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조그만 힘이라도 보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멕시코 요리를 배울 수 없느냐는 문의(055-246-3799)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지만 노씨는 “제대로 된 음식의 맛을 내기 위해서는 배우는 과정이 중요하다. 단순히 돈을 벌 목적으로 쉽게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최소한 4개월 이상의 수련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무척 조심스럽다. 그러나 멕시코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음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희망자에 한해서는 비법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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