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연예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세간의 지탄을 받으며 다시 한번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짚고 넘어가야 할 때, 지난 24일 방영된 <다큐멘터리 성공시대>는 여러 가지로 뜻깊은 시간이었다.



송년특집이라고 해봐야 연예인들이 나와서 내내 웃고 떠들다 “복 많이 받으세요”나 “온 세상에 사랑이 넘쳤으면 좋겠어요”를 연발하는 요즘, 해외특집으로 마련된 <다큐멘터리 성공시대> ‘정범진 검사 편’은 한 인간의 성공담이 인터뷰와 과거 재현으로 사실감을 더하며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건장한 신체의 정범진 청년은 25살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전신마비 장애인이 되었다. 절망의 시간을 보내다 어느 날 자신보다 더 심한 장애인이 낫소 카운티 검찰청 검사가 되어 정상인과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는다. 그는 용기를 얻어 법과대학원으로 돌아가 1년만에 남은 과정을 마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 미국 검사들 사이에서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강력계의 최연소(33세) 부장검사에 오르게 된다.



그의 의지도 의지지만 장애인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들의 신체장애를 함께 고민하고 극복해 나가려는 미국의 사회구조는 아직 장애인에 대한 편견조차 쉽게 변하지 않는 우리에게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정범진 검사가 지금의 자리에 있기까지엔 자신의 현실을 빨리 받아들이고 극복해서라는 측면보다 미국이라는 나라의 사회복지제도가 우수해서 가능했을 것이라는 자괴감을 안겨줘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의 복지체제에 경종을 울리는 한편 “그래서 우리 나라에선 아직 힘든 일이야”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느끼지는 않았을는지.



또 그가 초연소 부장검사라는 것보다 장애인이라는 것이 특별한 것으로 취급되는 것부터가 장애인을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우리의 의식을 그대로 반영한다. “장애인과 정상인의 차이가 없는 세상을 정검사는 꿈꾼다”는 내레이터의 마지막 멘트는 ‘용어사용 하나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우리의 현실을 되돌아보게 한다. 한 장애인의 극복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고 기획된 프로그램이면서 ‘장애인’의 반대어가 ‘정상인’이 아니라 ‘비장애인’이라는 것조차 간과하는 우리의 현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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