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이 26일 내년시즌 야구활동 중지 검토 방안을 발표한 것은 선수협의회의 사단법인 설립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사장단은 최근 선수협의 급속한 세불리기에 대해 “선수협을 순수하게 새로 구성하면 단체를 인정하고 방출조치를 철회할 뿐 아니라 요구사항도 대폭 수용하겠다”며 유화책을 내놓았었다. 그러나 이날 이사회에서는 사단법인 설립만은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사장들이 사단법인 설립을 한사코 반대하는 것은 선수협이 법인화될 경우 구단운영은 물론 프로야구 전체의 운영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하기 때문이다.



실제 선수협은 2001년 사업과제로 사단법인을 설립한 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동등한 입장에서 단체협약의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8개구단의 집합체인 KBO는 사단법인인 선수협과의 마찰이 불가피한데다 구단으로서는 엄청난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 사장들의 판단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선수협 출범에 간여했던 일부 세력은 “사단법인이 설립되면 KBO의 TV 중계권 협상도 선수협이 대신할 수 있고, 70억원에 달하는 기금도 선수들이 관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선수들을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BO와 동등한 힘을 갖게 되는 사단법인 선수협이 출현하면 구단측의 권한마저 대폭 줄어들 게 뻔해 이사회에서 야구활동 중지란 극단적인 카드를 꺼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선수협은 `야구활동 중지 방안'을 이사회의 엄포성 공세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선수협이 가입 선수를 늘리는 등 움직임을 취하자 기세를 꺾어놓기위한 예상됐던 조치라는 것이다. 송진우 선수협의회 회장은 “이사회의 대응책은 어느정도 예상했으며 사장들이 진심으로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 있다고는 믿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의 분위기는 상당히 심각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상국 KBO사무총장은 “어떤 구단 사장은 이미 그룹 비서실로부터 내년시즌 야구를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프로야구가 출범 20년째를 맞아 처음으로 파국을 맞게 될 것인지, 아니면 양측의 극적인 타결로 최악의 사태만은 피할 수 있을지, 내년 4월 시즌 개막까지의 양측의 대응이 주목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