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개장일인 1월4일 지수는 종가기준으로 1059.04를 기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미국 뉴욕거래소처럼 안정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고(高)주가시대가 개막됐다며 들떠 있었다.

증시의 입장에서 98년이 `외환위기에서 벗어난 해'라면 지난해는 `도약기'였으며 올해는 성숙한 안정성장기에 연착륙할 것이라고 투자자들은 기대했다.

간접투자시장도 폭발적으로 증가, 정착기를 맞을 것으로 전망됐으며 기업들도 자본시장을 통해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주식시장은 98년으로 되돌아온 느낌이다.

주식시장이 흘러내리듯 1년 내내 약세기조를 면치 못했던 것은 금융·기업 구조조정이 계속 지연된데다 현대그룹의 `왕자의 난'에서 확인한 전근대적인 기업행태가 주식시장의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국내 최대기업인 현대그룹은 `왕자의 난' 이후 극심한 유동성위기에 시달려야 했으며 현대건설은 여전히 내년에도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정현준·진승현씨 사건과 함께 각종 주가조작사건도 투자자들로 하여금시장을 외면하게 했으며 미국 나스닥시장 폭락과 국제반도체 가격 급락 등도 한 몫을 거들었다.

이와 함께 대우사태 이후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잃은 투신은 주가까지 급락하는바람에 추가 유동성 확보에 실패, 주식을 내다파는데 급급했고 시장의 안전판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그나마 정부의 증시안정책으로 연기금과 우체국기금 등이 주가하락을 막고 나서겨우 지수 500선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도 외국인의 `바이코리아(BUY KOREA)'는 계속돼 19일 현재 11조3776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겨우 외국인들만이 우리 주식을 떠받쳐온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이들이 `셀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경우 시장에 큰 혼란이 예상돼 외국인들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형편에까지 이르게 됐다.

우리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입김이 강해지면서 국내시장의 해외시장 동조화현상이 더욱 강해졌다.

대신증권이 지난달말 영업사원 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증시에 가장 영향력을 미친 인물로 미국의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꼽았으며 2위도 외국인 투자자였다. 김대중대통령은 4위에 그쳤다.

그러다보니 펀드매니저들과 애널리스트들 뿐 아니라 일반투자자들도 아침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미국증시 동향을 확인하는 것이 일과가 됐다.

특히 나스닥지수의 동향에 의해 개장때부터 강한 영향을 받는 것이 당연시 됐으며 심지어 다음날 나스닥지수를 예측할 수 있는 나스닥100선물지수까지 우리 시장에 중요한 지표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함께 올해 유통시장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사이버매매가 폭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사이버매매의 확산으로 주식을 아침에 사서 저녁에 되파는이른바 데이트레이딩이 새로운 매매패턴으로 자리잡았으며 시장 내부적으로는 데이트레이딩 폐해 등을 놓고 논쟁이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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