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31일 교과서 왜곡에 책임이 있는 일본 문부성 산케이신문 점령 완료, 4월 14일 대우자동차 과잉진압의 책임을 물어 청와대 경찰청 완전 점거 등 마치 전쟁터에서나 들을 법한 말들이다. 대부분의 기성세대에게는 아직도 딴 세상 이야기 같기도 하고 황당무계한 말들이지만 인터넷 세대들에게는 더 이상 낯선 표현이 아니게 되었다.

이 뿐만 아니다. 시작한지 얼마 안된 이동전화 거품요금 인하 온라인 서명운동에도 네티즌들의 참여가 매우 활발하며 소위 안티 사이트들이 우후죽순처럼 퍼지고 있는 것도 익숙한 일이다. 이렇듯 인터넷 상에서 시민행동이 급속히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랜 일이 아니지만 그 사회적 파장은 결코 만만치 않다.

온라인 시민행동의 종류는 세상살이가 잡다한 것만큼이나 가지가지이다. 우선 최근에 돋보이고 있는 대로 굵직한 사회현안들을 인터넷을 통하여 집중적으로 문제제기를 함으로써 집회와 의사표현의 대안적 방식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제는 대부분의 사회운동단체들이 대중적으로 홍보하고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효과적 수단으로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대우차의 살인적 불법진압과정을 담은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려짐으로써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사태의 진실을 알게 되어 사회적 공론이 형성되고, 온라인 시위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대표적 보기이다. 지역에서 최근 마산만 매립에 반대하는 시민행동을 한 시민단체가 촉구한 경우도 그 일례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시민 사회운동단체들의 경우 아직까지는 온라인 영역에서의 시민행동을 기존의 조직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해함으로써 그 적극적 의미를 발견하는 차원까지는 관심사가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채 일년이 되지 않은 사이 순식간에 번진 안티 사이트들 가운데에서 인터넷이란 가상공간의 특징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온라인 사회운동의 꼴들이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안티 사이트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방향에서 집단행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유의 익명성으로 인하여 특정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이나 집단 또는 사회적 화제에 대한 단순증오감 표출, 또는 집단이기주의에 따른 반대를 위한 반대로 흐르는 경우도 빈번히 나타나고 있다. 언어사용에서도 진창처럼 더럽혀져 있기 일쑤고, 받아들이는 기준에 따라서는 테러에 가까운 비윤리적인 행동으로까지 쉽사리 번질 수 있어 악영향이 먼저 걱정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안티 조선이나, 안티 삼성 등 재벌기업 반대 소비자 권익운동 사이트들, 안티 미스코리아나 안티 국민연금, 안티 카피라이트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인터넷 시민행동의 사례들은 본질적으로 온라인 상에서 형성되고 있는 새로운 문화적 저항의식에 기반하고 있는 것들로 보아야 옳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반권위적 반문화적 성향이 뚜렷하다. 디지털 시대의 독점적인 지식권력지배에 대한 도전에서부터 우리 사회제도 내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미시적인 권력지배에 항거하는 것까지 포괄적인 저항문화운동으로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여주체의 형성방식도 기본적으로 자발성을 원천으로 하고 있으며 사안에 따라서는 어떤 시민 사회운동보다 광범위한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기도 하다. 다시 말해 조직인으로서 개인보다 독립적 주체로서 개인의 비판적 참여의식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사회운동에의 참여와 성질을 달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온라인 시민행동에서는 그동안 파묻혀 있던 개개인의 권리나 가치가 더욱 부각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으며,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조직구조가 수평적이고 개방적인 상호연결망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온라인 상의 사회운동이 기존의 운동과제와 단절적인 것은 아니다. 이는 최근 온라인 운동의 주제가 정보화시대의 불평등과 부정의에 그치지 않고 점차 계급 계층적 사안으로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 시민행동의 미래는 밝다. 억압적인 체제에 대한 문화적 저항과정에서 훈련받은 자율적 개인들의 비판적 사고와 자유로운 감성의 발달은 민주주의의 과제를 일상생활의 영역으로 이끌어내는 텃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출발이지만 민주노동당 창원지부에서 지역정보화를 위한 사업을 모색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 바 전향적인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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