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는 시중에서 급전으로 불린다. 이름 그대로 급하게 빌리는 빚이다. 은행금리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고율의 이자가 붙게 마련인데 절박한 처지에서 급전을 내다보니 사채업자들이 제시하는 부당한 조건을 마다하지 못한다. 예부터 급전이 산적보다 더 무서운 것으로 인식되어온 이유인 것이다.

IMF 관리체제를 거치면서 악덕사채업자들의 비인간적 만행이 이미 한계점을 넘어 사회적 암으로 전이되고 있는 형국이다. 제도권 금융이 거덜나고 신용불량자가 양산되는 그 틈을 비집어 어느 사이엔가 악몽만을 강요하는 악의 마수가 뿌리내리고 있는 중이다. 국세청이 기습단속에 나서고 검·경이 전담반을 만들어 수사에 나서고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늦어도 한참 늦었다. 이 문제가 벌써 오래전에 제기됐을 뿐만 아니라 제도권 금융의 기능역할이 최악의 상태에 놓였을 때 그같은 후유증이 예견됐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을 금치 못한다.

상처가 깊어진 지금, 드러난 악덕업자들의 비행은 사회적 공분을 사고도 모자랄 지경이다. 배보다 배꼽이 큰 일수 돈은 인간의 행위로 보기 어려울 만큼 비도덕적이다. 거기다 각종 인신협박에 인권침해가 자행되고 폭력이 난무한다. 고리 사채를 못갚아 사창가에 내던져진 사례는 아마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정부의 대책없는 안일성과 사회의 무관심 속에서 얼마나 많은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렸는지 짐작이 간다.

따라서 이 문제는 일회성 응급 수술로 치유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아직 전모가 밝혀진 바는 아니지만 행태로 보아 곪은 부위가 넓고 또 그 뿌리가 깊어보인다. 단속이 있을 때 숨을 죽인채 엎드려 있다가 때가되면 되살아 날 소지가 다분하다. 국세청과 검·경은 시작한 김에 발본색원의 차원에서 그 강도를 높여주지 않으면 안된다. 건전한 사채를 보호하는 대신 악덕업자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겠다는 강력한 대처방안이 있어야 한다.

국세청의 단속은 그 결과가 명쾌해야 할 것이지만 특히 검·경의 ‘고리사채업자와의 전쟁’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미 드러난 사실이지만 반 인륜적 악덕업자들의 기생은 폭력조직 속에서 가능하다. 무법천지가 횡행하는 사채업계에 폭력성 집단이 웅크리고 있고 그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것은 경계해 마지 않을 일이다. 그 바람에 서민에게 꼭 필요한 양질의 사채가 실종되는 것은 뻔한 일이다. 폭력배를 차단함으로써 악덕업자도 제거하는 일거양득의 실익을 기대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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