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부터 시행되는 새 입시제도를 놓고 찬반논쟁이 뜨겁다. 입시논쟁이 계속되면서 서울의 일부 대학에서는 고등학교를 등급매겨 학생을 선발해 왔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를 계기로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보수언론은 고교의 학력차를 인정해 ‘학생선발을 대학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수도권 9개 대학 입학처장단도 지난 10일 대학이 학생 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가져야 하고 고교 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두 가지 원칙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반해 전교조를 비롯한 교원단체나 시민단체들은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가지게 되면 초·중등학교는 교육을 할 수 없는 입시지옥으로 변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시문제의 핵심은 ‘공교육의 정상화’에서 찾아야 한다.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가진다는 것은 대학의 본고사가 부활한다는 뜻이다. 본고사가 부활되면 대학은 물론 초·중·고등학교까지 등급이 매겨져 학교는 ‘지덕체를 겸비한 인간육성’이 아니라 일류대학입학이 교육의 목적이 된다. 일찍이 경험한바와 같이 본고사의 부활은 대학이 서열화됨으로써 초·중·고등학교는 일류대학을 위한 준비기관이 될 수밖에 없다. 상급학교 시험을 준비하는 학교에서 교육이란 불가능하다. 이렇게 결과가 뻔한 문제를 놓고 대학이 학생선발권을 주장하는 것은 일부대학이 우수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욕심에 다름 아니다.
잘못된 입시제도로 인해 억울한 희생자가 양산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시제도가 바뀌지만 공교육을 정상화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원칙과 철학이 없는 입시정책 때문이다. 참여정부의 교육정책은 교육의 공공성 실현이 아니라 시장논리에 맡겨 경쟁의 시대로 가겠다는 것이다. 일류대학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평준화를 포기하면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 아니라 입시학원으로 전락하게 된다. 자본의 논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공정한 경쟁이란 기대할 수 없다. 교육부가 교육을 살리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면 고교등급제나 대학본고사의 부활을 막아야 한다. 대학의 서열구조를 유지한 채 도입하는 새로운 입시제도로는 달라질 게 없다. 학교를 입시지옥으로 만드는 대학 본고사 부활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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