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을 쓸 수 없는 할아버지가 설사로 바지를 버렸을 때였지요. 처음엔 여자로서 난감하기도 했지만 어쨌든 제가 바지를 벗겨 씻겨 주지않으면 할 사람이없다 싶으니까 용기가 나더군요. 또 일주일에 한번씩 30대 중반의 남자환자를 목욕시키는데 이경우도 남자라고 생각지않으니 환자도 편하고 저도 익숙해졌어요.”

“저는 독거노인 집에 재가 봉사를 나간 적이 있었는데요. 방에는 구더기가 들끓고 간병인이 있기는 했는데 그 사람은 어쩔 줄 몰라하며 당황하더군요. 더 황당한 것은 간병인인 그 사람이 할아버지 앞에서 구역질을 해대면서 치우지 않으려고 할 때 마음이 아프더군요. 남들이 꺼리는 일을 제가 해냈을 때 기분이 좋았습니다.”

“환자를 대할 때는 뭐니뭐니 해도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것이 제일입니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 마산 가톨릭여성회관 부설 민들레쉼터에서는 어느 정도 인생의 고뇌를 앎직한 나이 지긋한 여성들이 모여 도란도란 ‘간병’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대부분 여성가장 등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로 이뤄진 ‘가톨릭간병인회(회장 이옥선)’ 회원들이다.

가톨릭간병인회는 가톨릭여성회관 민들레쉼터가 경제위기 속에 취업이 힘든 저소득 실직여성의 일자리 마련에 보탬이 되도록 마련한 사업이다. 지난 6월21일 구성됐고 회원은 30~50대 중년여성 45명에 이르고 병원과 가정에서의 실적이 37건에 달한다.

이 간병인회가 특별한 것은 유료간병도 하지만 자신들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재가봉사활동·김장·목욕봉사·어려운 가정 가사도움·전화안부 등 몸이 불편한 주변 사람을 돌보는 자원봉사를 펼친다는 점에 있다. 며칠 전에는 이들이 직접 배추를 뽑아 담근 김장김치를 독거노인·소년소녀가장 등 불우이웃 60가구에 들여다주고 흐뭇함에 젖기도 했다.

이들은 교수·간호사 등을 통해 전문적인 간병인 교육을 받는다. 민들레 쉼터 변영희 실장은 “간병인 교육은 사회변화와 함께 병원이나 가정에서 간병을 전문적으로 할 인력의 필요성 때문에 시작하게 됐습니다. 교육을 받으면 취업이 아니더라도 간병이 필요한 불우 이웃들에게도 봉사할 수 있는 자질을 갖게 되지요”한다.

회원들은 이외에도 마산자활후견기관들이 실시하는 위생간호·수술 전후 환자간호·환자나 아기 목욕시키는 법·산후산욕기 환자관리·건강과 질병 호스피스교육·투약 및 식사관리 등 이론과 현장실습을 통한 교육을 받아 간병인으로서의 역할에 소홀함이 없도록 애쓴다.

회원들이 고마워하며 믿고 따르는 사람으로 동마산병원 정순자 간호부장을 빼놓을 수 없다. 자문위원인 정부장은 매월 고혈압 환자관리·임종환자관리·수술 후 환자관리·마비환자관리·당뇨병 환자관리 등 간병인 전문교육을 시켜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례발표·회의 등 보완교육까지 마다지 않고 가르쳐준다.

오늘처럼 한달에 한번씩 모이는 것은 “한달 동안 간병하면서 어려웠던 점을 서로 이야기하다보면 스스로 미숙했던 점과 보람을 깨닫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이옥선 회장)

교육을 많이 받고, 서로의 의견교환으로 보완한다고 해도 절대적인 평가서는 필수다. 병원에서 유료간병을 하고 나서는 수간호사에게 활동평가서를 받아 자신들의 미숙한 점을 보완한다. 간병인의 자질향상을 위해 마련한 장치다. 덕분에 회원들은 나날이 숙련되는 것을 피부로 느낄 정도다.

간병은 자존심과 부끄러움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다. 위출혈이 심한 할머니가 숨을 헐떡거리면서도 목사님의 기도를 들을 때는 싱긋이 웃어 보이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임종 간호를 다녀온 간병인은 옆에서 손을 잡고 위로의 말을 건네며 마음 편하게 가시게 한 경험은 삶과 죽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더라면서 자신의 ‘간병일’이 뿌듯하더라고 했다.

이들이 단순히 간병만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간병인으로서의 의무가 끝난 뒤에도 환자와 독거노인들에게 안부전화를 한다. 어떨 때는 할머니가 이들의 안부전화를 애타게 기다리기도 하고, 할머니가 직접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단다. 노인들은 아픈 몸을 돌보는 손길보다 마음의 병을 녹여주는 손길을 더 기다리는 탓이리라 .

이들이 사랑의 손길을 내미는 기준은 특별하지 않을게다. 한 간병인 초년생의 말처럼. “환자를 남이라고 생각지 않고 내 가족으로 여기고 정성껏 간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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