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의 인기 앞으로도 쭈~욱 계속됐으면...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경기를 뽑은 한 설문조사에서 1위로 뽑힌 여자핸드볼.

127분간의 사투(死鬪) 끝에 덴마크에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대접전 때문인지 핸드볼의 인기는 지금도 폭발적이다.

물론 재미로 따지면 결승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프랑스와의 준결승전도 잊지 못할 명 승부로 기억될 것이다.

한국 여자핸드볼을 결승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다름 아닌 문경하(25·창원경륜공단) 선수.

문 선수는 프랑스와의 4강전에서 신들린 선방을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주전 오영란의 부진으로 전반 중반부터 투입된 문경하는 교체되기 전까지 37개의 프랑스 슈팅 중 무려 15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한국 여자핸드볼의 차세대 수문장으로 확실한 도장을 찍었다.

문 선수는 공항에 내렸을 때 열렬히 핸드볼 선수들을 환영해주는 걸보고 ‘뭔가 하긴 했구나’라고 느꼈단다.

올림픽기간뿐 아니라 대표팀 소집 이후부터 줄곧 금메달 하나만 생각하며 달려왔기에 아쉬움도 컸지만 국민들의 성원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TV를 통해서 보는 사람들도 애가 탔던 결승전. 직접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는 어땠을까?

문경하 선수는 “경기 내내 서 있는 것조차 힘들만큼 긴장을 많이 했다”며 “우리 선수들이 정말 죽을힘을 다해 뛰었는데 운이 따르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문 선수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의 인기가 앞으로 ‘쭈욱’ 이어지길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핸드볼 큰잔치 같은 큰 대회에 출전해보면 관중은 고작 10명 안팎이며 그중에도 대부분 선수 가족이나 동네 할아버지들”이라며 평소에도 올림픽때와 같은 관심만 가져준다면 차기 올림픽 금메달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그는 말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핸드볼을 시작한 문 선수의 원래 포지션은 필드 플레이어였지만 골키퍼가 적당히(?) 뛰고 막으면 되는 것 같아 골키퍼로 진로를 바꿨다.
원래 골키퍼를 보던 친구가 운동을 그만두는 바람에 시작한 골키퍼 생활이 이제 10년이 넘었다. 지금도 필드 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를 보며 ‘괜히 바꿨나’하는 생각이 간혹 들기도 한다고.
하지만 슈팅을 막아낼 때의 그 통쾌함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했다.

“골키퍼 포지션이 워낙 세거든요. 그래서 아직까지 방어상은 한 번 밖에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는 문 선수의 얼굴에는 차기 올림픽에서 주전 골키퍼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 듯 싶었다.

문경하 선수에게는 훈련이 힘들 때마다 힘이 되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한 사람 있다. 바로 남자친구 이경호(상무)씨.

복싱 선수인 이씨와 대학교 때부터 지금껏 교제를 해오고 있다. 같이 운동을 하다보니 힘든 일이 있으면 제일 먼저 찾게 되는 게 남자친구라고….

현재는 이씨가 상무 소속이라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시간이 있으면 면회도 다녀올 만큼 애뜻한 사랑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문 선수의 미니 홈피에는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도 몇 장 올라와 있다.

문 선수는 “올림픽이 끝난 후 만났는데 그냥 ‘수고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면서 “실제로는 나만큼이나 기뻐하지 않았겠냐”고 씨익 웃었다.

또 창원경륜공단 소속의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표시했다. 문 선수가 숙소를 찾는 날, 직접 풍선까지 불어가며 열렬히 환영해줘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고…. 조만간 동료들을 위해 한 턱 쏠 각오도 단단히 하고 있다고 했다.

올림픽의 여독이 채 가시지도 않았지만 문 선수는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국내 실업핸드볼의 정상을 가리는 2004코리안리그 전국실업핸드볼대회가 오늘(9일)부터 대구에서 열리기 때문.

창원경륜공단은 지난해 이 대회 챔피언으로 문경하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그동안 호흡을 맞춰 조직력만큼은 막강 전력이다.

문 선수는 “올림픽으로 인해 핸드볼에 대한 관심이 커져 다소 부담스럽긴 하지만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며 “경기는 해봐야 하겠지만 올림픽 때 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 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주말에는 핸드볼 경기장을 찾아 아테네의 감동을 다시 한번 느껴보는 건 어떨까?

이왕이면 문경하 선수의 ‘화이팅’을 외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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