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교방동 서원곡 입구 인근의 한 언덕에는 합판으로 만든 3평도 안 되는 움막이 있다. 대문이랄 것도 없이 쪽문을 열고 나면 작은 부엌과 한 사람이 겨우 누울 수 있는 방이 보인다.

이 곳은 일흔 일곱의 나이로 혼자 생활하는 이영수할아버지의 거처다. 할아버지가 이곳에 산지도 18년이 지났다. 그것도 긴 떠돌이 생활 뒤에 얻은 작은 보금자리이다.

젊었을 때 고향인 부산에서 기와 굽는 회사에 다녔지만 병을 얻어 생활고를 겪게 됐다. 20년 전에는 전염병으로 병든 아내를 저세상으로 보내고 슬하에 자식이 없던 탓에 어머니와 단 둘이 남게 됐다. 동생이 있는 마산에서 가족들과 오순도순 살기를 원했지만 그 같은 꿈도 잠시, 어머니와 동생마저 저세상으로 떠나보내게 됐다.

이영수할아버지는 가족들을 모두 잃고 혼자 떠돌이 생활을 하게됐다. 무엇보다도 이웃과 가족 등 사람냄새를 그리워했단다. 그 때문인지 할아버지는 생활기초조사에 나선 복지관 직원이 가정방문을 한다는 말에 그 직원이 올 때까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길가에 마중을 나와 한참을 기다렸다.

봉사자를 만나자마자 웃음을 지어 보이며, 반갑게 맞았다. 할아버지는 8년전 왼쪽다리 인대이상으로 절룩거리던 것이 심해져 이젠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있다. 또 3년전 안면근육 마비 후유증으로 발음이 불분명한 언어장애도 있다. 만일을 대비해 소방서에서 긴급호출기와 전화를 설치해 그나마 다행이다.

대문 밖도 못나갈 몸을 이끌고 할아버지는 인근 노인들이 모여 있는 노인정에 나가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손수 밥과 반찬을 해 먹으며 생활하고 있다. 특히 빨래를 할 때는 곤욕을 치른다.

할아버지는 기초생활보호대상자로 정부지원금·복지관후원금·경로연금 등을 받아 생활이 그렇게 궁핍하지는 않지만 사람을 그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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