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승모, 나의 매력요? ‘살인미소’ 죠

문제 하나. 아테네 올림픽 배드민턴 남자단식에서 은메달을 딴 손승모(밀양시청) 선수의 트레이드마크는? 온 힘을 다해 내리꽂는 불꽃 스매싱, 아니면 공격 성공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합을 불어넣는 세리머니. 7일 기자가 만나 본 손승모 선수의 매력은 환한 웃음이었다.

태릉선수촌에서 굵은 땀방울을 흘릴 때도, 올림픽에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을 때도 손 선수는 웃고 있었다. 방송출연과 각종 인터뷰 때문에 이제야 고향을 찾은 손승모 선수는 “은메달이 아쉽기보다는 남자단식의 첫 은메달이라 떳떳하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손 선수는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 사상 처음으로 남자단식에서 값진 은메달을 따내 이름 값을 톡톡히 했다.

“잘하면 메달 권에 진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나보다 랭킹이 높은 선수들을 누르고 결승까지 오른 것만도 만족한다”고 말하는 손 선수는 웬만하면 아픈 내색을 안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3월 전영 오픈에서도 그랬고, 이번 올림픽에서도 ‘부상투혼’을 발휘했다. 오른다리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매일 주사를 맞아가며 경기에 나섰고, 각막이식수술을 하고 렌즈를 교정하긴 했지만 시력이 남들보다 좋지 않은 점을 생각하면 ‘악발이’근성을 타고 난 것임에 틀림없어 보였다.

손 선수 스스로도 평소엔 온순한 성격이지만 코트에 들어서기만 하면 돌변한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지난 99년부터 국가대표에 선발돼 ‘태극마크’를 달고 뛴 게, ‘밀양시청’소속으로 나간 경기보다 많을 정도로 해외경험도 많은 그지만, 선물 고르는 데는 문외한처럼 보였다.

여자친구에게는 달랑(?) 머그컵 하나를, 부모님께는 수건 한 장도 준비하지 못했단다. (하지만 이날 손승모 선수는 밀양시청으로부터 받은 상당금액의 포상금을 전액 부모님께 드렸다)

여자 친구는 사귄 지 얼마나 됐다는 질문에 “친구 생일 때 우연히 만나 사귀게 됐는데 벌써 2년이 넘었다”면서 모 은행 본점에서 일한다는 고급 정보도 흘려주었다.
본보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지만 손승모 선수의 어머니는 올림픽이 진행되는 동안 병석에서 아들의 선전을 기원했다. 당시 이런 사실을 손 선수는 몰랐다고 했다.

손승모 선수는“우연히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어머니가 병원에서 응원하는 모습을 발견하고 놀랬다”면서 “아마 부모님께서 경기하는 데 지장을 받을 까봐 숨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후 손 선수의 어머니는 병색이 나아져 이날 밀양시청이 마련된 환영식 행사에도 참석했다. 그는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부모님께 자랑스런 아들이 된 것 같아 무엇보다 뿌듯하다며 ‘효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배드민턴의 간판스타로 우뚝 선 그도 평소에는 장난기 넘치는 평범한 청년.
손 선수는“쉴 때요. 그냥 인터넷으로 고스톱도 치고 스타크래프트도 하고 평범하게 지내죠”라며 올림픽기간에도 직접 가져간 노트북으로 고스톱 삼매경에 빠졌다고 했다.

아테네에선 바쁜 일정 때문에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파르테논 신전을 둘러본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또 연예인은 김남주와 이병헌을 좋아하는데 한 번도 만나보지는 못했다고….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달라진 게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다. 손 선수는 “지난 주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갔는데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 지하상가 통로가 막힌 적도 있다”면서 “사진 찍자는 건 좋은데 가 아직 사인해주는 건 영 어슬프다”고 했다.

손승모 선수의 먼 꿈은 대학교수가 되는 것이다. 꿈을 이루기 위해 현재 경남대 대학원에서 열심히 수강을 하고 있다.

또 하나의 꿈은 10월에 있을 전국체전에서 ‘태극’이 아닌 ‘밀양시청’마크를 달고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다.

이번 체전에서도 주먹을 불끈 쥐는 파이팅 세리머니를 보여줄 수 있겠냐고 물으니 “세리머니요. 그건 그 상황에 맞게 연출하는 것”이라며 밝게 웃었다.

이제 은메달의 5% 아쉬움을 떨쳐버릴 기회만 남았다. 순박한 미소가 인상적이었던 손승모 선수. 그의 변신은 무죄 아닐까?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