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메달 걸어주고 프로포즈…아쉽게 실패했죠”

운동장에서 항상 훈련하는 장면과 경기에 열중하는 모습만 카메라에 잡히는 스포츠 스타. 이들에게도 미처 못 다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있게마련.

스포츠 현장에서 묵묵히 땀흘리며 우리에게 감동을 전해주는 스포츠 스타들이 이제껏 밝히지 못한 속 얘기들을 풀어놓는다. <주찬우 기자의 팡팡 인터뷰 designtimesp=22105>는 독자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선수들을 해부(?)해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코너. 기대하시라. 통통 튀고 눈이 휘둥그레질 인터뷰를….
<편집자주 designtimesp=22107>


‘작은 거인’ 최민호는 알고 보니 개구쟁이였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 한국의 첫 번째 메달은 안겨준 최민호(25·창원경륜공단). 최민호 선수를 인터뷰하기 전 지난 시드니올림픽 출전이 무산되자 3개월이 넘도록 눈물을 흘렸다는 얘길 듣고, 이번엔 근육 경련으로 아깝게 금메달을 놓쳤으니 그 만큼 아쉬움도 크지 않을까 싶어 내심 초조하게 기다렸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파란색 단복을 빼 입고 나타난 그는 맨발로 훈련하던 버릇이 남아서인지 양말을 신지 않은 모습이었다. 인사드릴 곳이 많아 아직 고향(경북 김천)에 있는 부모님도 만나 뵙지 못했다고 푸념 섞인 말로 인터뷰는 시작됐다.

최민호 선수는“친구들이며, 동문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아직 집에도 못 갔다”며 “부모님께는 전화로 인사를 대신 했고 메달도 안겨드리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번 주는 가야죠?”라고 물으니 “주말에 서울에서 친구들 만나고 찾아뵐 예정”이라며 씨익 웃는다.

최민호 선수의 유도입문은 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간다. 단짝처럼 지내던 사촌형과 항상 같이 놀고 싶었지만 형이 체육관에 가는 시간만 같이 놀지 못해, 함께 놀기 위해 체육관을 찾은 것이 유도를 접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후 최 선수는 연습벌레로 통할 정도로 성실하게 훈련한 탓에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겨 줄 ‘보증수표’였다. 하지만 무리한 체중 감량 때문인지 제대로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유도를 시작한 이후로 누르기 한 판으로 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며 “이것도 실력이다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게 제 속이 편하잖아요”라고 말해 메달색깔에 연연해하지 않는 의연한 모습도 보여주었다.

유도 메달리스트의 손은 어떻게 생겼을 까 싶어 한 번 만져봤더니 굳은살이 박혀 딱딱한 거북이 등 짝이 연상됐다. 유도 선수답지 않은 곱상한 외모를 가진 그였지만 그동안 얼마나 땀을 흘리며 연습했는지 손을 보며 대충 알 수 있었다.

한국 선수단에서는 가장 빨리 경기를 마쳤으니 여가시간은 뭘 하며 보냈는지도 궁금했다. “새 분류로 나뉘거든요. 고스톱, 카드, 아니면 잠자는 거. 저도 그냥 이것저것 하면서 보냈어요. 생각해보니 딱히 한 건 없는 것 같네요”라며 웃어넘겼다. 운동선수들은 경기가 없는 시간에도 승부 욕을 키우기 위해 고스톱 같은 종목에 매진한다는 새로운 사실(?)도 알게 됐다.

이날 인터뷰에서 최민호 선수는 여자친구가 있다는 깜짝 고백을 했다. 혹여 프라이버시랑 관계되는 일이라 묻지 말까 싶었지만 최 선수는 자랑스럽게 여자친구 얘길 풀어놓았다.

“친구 소개로 만난 동생인데 현재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있다”며 “사귄 지는 300일쯤 된다”고 쑥스런 고백을 했다. 또 “이번에 꼭 금메달 따서 프로포즈하려고 했는데 동메달을 따는 바람에 실패했다”며 “하지만 여자친구의 ‘사랑한다’는 말이 그 어떤 응원보다 큰 힘이 됐다”며 은근히 자랑하기도 했다.

여자친구 선물은 뭘 준비했냐는 질문에는 “다른 거 필요 있나요. 제가 곧 선물이죠”라고 받아치는 여유도 보였다. 또 자신의 이상형이 가수 <양파 designtimesp=22120>임도 넣어달라고 주문했다.

이제 최민호 선수는 한 체급을 올려 오는 10월에 있을 전국체전에 준비한다. 체전서 금메달 따고 소주 한잔 하자했더니 “사주실 거죠”라며 응수하는 최 선수.

‘작은 거인’최민호의 한판 행진은 계속 될 것이다. 여자친구에게 멋진 금메달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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