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진전면은 한국전 당시 동족 상잔의 비극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곳이다. 여양리에서는 한국군에게 민간인이 학살당했고 양촌리에서는 인민군에게 주민들이 죽음을 당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하고 있다.

학살 주체는 다르지만 같은 민족에게 이루어진 만행이라는 점에서 그 유가족들은 진실을 규명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여양리와 양촌리에서 각각 아버지를 잃었다는 두 여인을 보았다. 한쪽은 국군에게 다른 한쪽은 인민군에게 아버지가 처형을 당했다는 그들은 아버지의 죽음에 대해 원통해하고 서글퍼했다. 지금은 죽은 아버지보다 나이가 많이 든 두 딸은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혀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뿐이다.

요즘 정치권의 최대 이슈는 과거사 청산이다. 대통령이 과거사 청산을 강도 높게 주문하고 있는 가운에 한나라당은 과거사 청산에다 친북과 용공까지 포함시키자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논리에 과거사 청산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소리도 만만찮다.

대통령 장인의 친북 행적을 담은 다큐멘터리 제작 현장에서 만난 유족 대표는 “나의 연설을 통해 과거사 청산으로 수세에 몰리던 한나라당이 반격의 기틀을 잡았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씁쓸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이번 다큐멘터리가 한나라당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소리이며 유족의 목표는 오로지 진실 규명”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과 정황이 어떻든 기자가 만난 유족들은 죽은 조상의 원혼을 달래주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특정 정치 세력이 과거사 청산을 운운하며 이것으로 정치적 기세를 잡으려고 한다면 이는 마땅히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자신의 허물이 밝혀질까봐 타인의 허물을 벗겨내려 하지 말고 과거사의 허물에 대해 정확하게 밝혀내고 필요가 있다면 떳떳하게 인정하면서 받아들이는 정부와 여당이 되기를 바란다.

이것이 진정한 과거사 청산이며 희생자와 그 유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진정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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