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의 악영향을 우려하는 소리는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봄철 한때만 넘기고 나면 우리는 황사를 까맣게 잊고 만다.

그 황사가 이젠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까지 도달, 미국인들을 경악시키고 있다.

안개빛깔을 띤 황사는 캘거리와 앨버타에서 애리조나주를 거쳐 콜로라도주의 아스펜에까지 출현해 지난 주말의 경우 시계를 흐리게 할 정도로 대기속의 먼지입자 수준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가 미국인들의 건강까지 염려해야 할 처지는 아니지만, 황사가 수만리 태평양을 건너 미국 대기를 위협하는 정도라면 정말 심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봄철 소나기를 그런대로 넘겼다고 마냥 안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중국을 가본 사람은 느끼는 것이지만 내몽고지역의 태반을 차지하는 고비사막은 해를 거듭할수록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삼림 남벌에 따른 사막화현상 때문이다. 여기다 중국의 공업화 정책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황사현상은 앞으로 더 심해졌으면 심해졌지 결코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신장과 위구르 지역을 거대한 서북부 공업벨트로 상정하고 있는 중국은 연안과 내륙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고 내륙지역의 공업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배출되는 공업 오염물질은 황사의 위력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황사를 봄철 불청객 수준으로 여기고 마는 것은 정말 웃기는 일이다. 불청객이라는 말속에 담긴 은근한 여유로움으로 이 문제를 대하다가는 낭패를 당할 수 밖에 없다.


이젠 지역의 환경단체들도 이 문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 미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피해지역의 주민들이 황사문제를 새롭게 인식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국제적인 연대를 모색하면서 중국에 압박을 가해야 한다.

우리가 땀흘려 보존에 열중하고 있는 소중한 자연환경이 국경과 지역을 초월하는 ‘누런 악마’에 의해 유린당하는 것을 눈뜨고 멀건히 쳐다볼 수 만은 없지 않은가.


중국의 연안에서 배출되는 오염물질때문에 어민들의 터전인 황해는 이미 죽음의 바다가 된 지 오래다. 바다에 이어 대기까지 중국인들의 손에 좌지우지된다면 작은 국토에서 대대로 살아가야 할 우리의 후손들은 숨쉴 공간조차 없게 된다. 황사가 잦아든 지금 내년과 그 이후를 생각하는 행보는 시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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